[D:히든캐스트(106)] 박하나 “‘미세스 다웃파이어’ 덕에 진짜 어른 된 것 같아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10.15 13:21
수정 2022.10.15 13:22

플라멩고 싱어·도나서머 역 등 앙상블 역 출연

11월 8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공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1993)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 중에 유독 춤 선이 돋보이는 배역이 있는데, 레스토랑 라리사의 플라멩고 싱어와 ‘안드레’ 역의 우상인 도나서머 캐릭터다. 이 두 캐릭터는 모두 배우 박하나가 맡고 있다.


박하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무용을 전공하고 서울예대 무용과에 진학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을 접하고 지금까지 15년간 무대를 지키고 있다. 뮤지컬 ‘그리스’(2006)로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지나오면서 거친 수많은 무대들은 뮤지컬 배우로서 박하나의 성장에 좋은 양분들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요?


오디션에 지원해 함께 하게 됐어요. 이번오디션은 코로나19로 인해서 1차는 영상지원을 했는데요, 자유곡과 지정안무, 지정대사를 며칠 동안 반복해서 찍었어요. 사람마음이 참 그런 게 괜찮은 것 같은데 자꾸 다시 찍게 되더라고요. 2차로는 대면 오디션을 보러갔어요. 좋은 결과로 작품에 함께하게 돼서 너무 행복합니다(웃음).


-원작 영화는 보셨나요?


네, 어릴 때 영화를 본 것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특히 그 청소기 장면은 모든 분들이 기억할거예요. 뮤지컬에서는 여러 가지 쇼적인 장면이 많이 추가가 되었는데요, 특히 ‘완다’ 역이 변신하는 장면이 정말 반전이죠.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진짜 멋진 장면으로 다시 탄생한 것 같아요.


-작품에선 레스토랑의 플라멩고 싱어로 활약 중이에요.


극중 고급 레스토랑 중에 최고라고 불리는 ‘라로사’에서 최고의 퍼포먼스와 멋진 노래를 선보이는 가장 인기 있는 가수죠. 플라멩고 싱어의 쇼를 보기 위해선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수준 높은 레스토랑의 메인 가수입니다!



-무용 전공자인 터라 워낙 베테랑이긴 하지만, 혼자 긴 시간 무대를 책임진다는 것이 부담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플라멩고란 춤을 배우면서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거울을 많이 보면서 표정도 지어보고, 손동작도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여러 영상들도 많이 찾아봤고요. 또 의상도 긴 드레스잖아요. 치마를 다리로 차는 동작이 많이 있어서 처음에는 치마가 제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계속 몸에 익히다 보니 어느 순간 치마가 저를 잘 따라와 주더라고요. 그래도 항상 긴장은 하고 있어요. 높은 구두를 신고 춤을 추다가 긴 치마가 밟히기라도 하면…생각만 해도 앞이 캄캄하죠. 하하. 노래중간에 ‘날 속였어’라는 가사에 맞춰 다니엘과 눈을 맞추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때 다니엘이 뜨끔한 표정으로 절 쳐다보는데 처음엔 저도 그게 너무 웃겨서 웃음이 나왔어요. 연습하면서 웃음 참느라 많이 힘들었죠(웃음).



-플라멩고 댄서 외에 작품에서 또 어떤 배역들을 맡고 있는지도 소개해주세요.


처음 오프닝에서 미란다 부부 상담 장면의 상담사, 안드레의 우상인 도나서머, 다니엘의 요리 장면에서 탭댄스도 추고요. 또 완다 씬에선 모든 앙상블이 다니엘의 분신으로 나오기도 해요. 정말 멋진 장면이죠.


-여러 캐릭터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능 캐릭터도 있나요?


당연히 플라멩고 싱어입니다. 처음해보는 솔로 노래이기도 하고, 씬이 정말 길어요. 또 다니엘과 합도 맞춰야하는 그런 장면이죠. 매회 공연 때마다 항상 떨리는 이 느낌이 정말 행복하면서도 많이 부담스럽죠. 좋은 모습으로 계속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많이 생겨요.


-배우들끼리의 호흡도 궁금해요. 연습 과정(혹은 공연 중)에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정말이지 배우들은 작품 따라간다고 하잖아요. 너무 가족 같은 분위기에요. 매일 우리 아역 아이들과 연습하면서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대사와 노래를 얼마나 재밌게 잘하는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도 극중 졸리 아저씨가 재미있고 좋은지 항상 졸리 아저씨 주변에서 노래도 부르고 장난도 치곤했는데, 너무 행복한 분위기였어요. 그 모습이 정말 우리 작품을 보여주는 모습 같아서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요.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이 있다면?


저는 완다의 넘버인 ‘you've been playing with fire’를 가장 좋아해요. 완다 언니들이 너무 멋있잖아요. 카리스마도 최고고, 음악도 정말 시원하고, 속이 다 뻥 뚫리는 느낌이죠. 연습초반에는 옆에서 보고 있다가 너무 빠져들어서 제가 나가야할 타이밍을 놓친 적도 있답니다. 그 다음부턴 정신을 잘 차리고 있습니다. 하하.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한 달여 정도 남았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배운 점, 느낀 점들이 있을까요?


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난 것을 인정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던 작품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진짜 어른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아직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이 작품의 매력을 소개하자면?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음악과 안무의 장르가 정말 다양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2시간50분 동안 웃음이 멈추지 않죠. 행복을 꽉 채워 가실 수 있어요!



-최근 박하나 배우가 했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솔로로 노래를 하면서 극을 이어가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해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저도 떨리고 많이 어색하더라고요.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너무 걱정이었죠. 그때 문정감독님께서 ‘하나야 실수해도 괜찮아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이 정말 힘이 되어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항상 라이브로 하는 공연은 긴장할 수밖에 없지만 용기가 많이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감독님!


-벌써 데뷔 15년차에요. 긴 시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매번 새로운 배우들과 새로운 작품을 알아가고, 그 안에서 배우면서 좋은 에너지가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제 원동력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까지 출연했던 여러 작품들 중 박하나 배우에게 가장 소중한,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를 꼽자면?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입니다 저에겐 정말 최고의 작품이에요 뮤지컬 배우들에겐 로망인 작품이기도하고요. 음악이 정말 너무 좋아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그런 작품이에요.


-앞으로 출연해보고 싶은 작품(혹은 캐릭터)은요?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재미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를 너무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 ‘이것만은 꼭 지켜나가고 싶다’라고 하는 신념도 있나요?


매일 똑같은 공연에 항상 좋을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매일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 스스로 관리하고 노력할 거예요. 어떤 작품이든 함께 하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 분들의 화합을 항상 잘 지켜나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완벽할 순 없어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항상 좋은 모습으로 지켜나갈 수 있는 그런 배우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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