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주자 열전 ①] '세대통합 징검다리론' 권성동…논란 딛고 절치부심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2.10.09 00:00
수정 2022.10.08 23:27

'2030 메시지팀' 통해 대선 승리 기여

'큰형' 리더십으로 청년 아이디어 구체화

원내대표 사퇴로 체면 구겼지만 절치부심

"청년들이 국가에 공헌할 수 있게 뒷받침"

시계를 지난 대선으로 돌려보면,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최대 과제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청년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주창한 '세대포위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민심을 어떤 그릇에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 현실화 시킬 것인지는 다른 문제였다.


이때 해결사로 등장했던 이가 권성동 전 원내대표다.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그는 캠프 내 2030 메시지팀을 구성하고 널리 인재를 구했으며, 영입 필요성이 있다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영입됐던 청년들 상당수는 현재 대통령실이나 보좌진 등 정치권으로 흡수돼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 중이다.


윤 대통령의 후보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물론이고, 윤 대통령의 멸치·콩나물 쇼핑으로 시작된 '멸·콩(멸공) 챌린지' '리그오브레전드 개막전 참가' 등 2030을 겨냥한 이벤트 아이디어는 대부분 권 전 원내대표가 이끌었던 청년 조직에서 나왔다.


캠프 내 청년 조직이 역량을 발휘한 배경에는 권 전 원내대표 특유의 '큰형'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투박하고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청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윗선에도 할 말은 하는 스타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데 힘을 보탰다. 또한 그 공로를 청년들에게 돌림으로서 함께 일했던 실무진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대선 캠프 청년조직에 몸담았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성과가 있을 때 공치사하기 바쁘고, 아랫사람의 공을 가로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권 의원은 의정활동 때에도 '우리 보좌관이 써왔다' '우리 직원들이 다한 것'이라는 말을 자주하며, 참모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등 조직 운영에 뛰어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정치적 부침이 적지 않았다. 대선 공로를 인정받아 집권여당 초대 원내대표에 올랐지만, 민주당과 검수완박에 합의하며 지지층 반발을 초래했다. 이 전 대표 징계에 따른 직무대행을 맡아 당권을 한 손에 쥐었지만 윤 대통령과의 사적 문자를 노출하며 당 내홍의 단초가 된 것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이로 인해 결국 원내대표 자리에서도 불명예 중도 하차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최근 정제된 메시지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두고 일었던 '비속어 논란'을 'MBC 자막조작사건'으로 규정하고 공세로 전환하는 선봉에 섰던 인물 중 한 명이 권 전 원내대표다. 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여 공세를 하나하나 논파하며 다시 '저격수 본능'도 일깨우는 중이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최종 기각되면서 현재 국민의힘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권 초기 지지율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수여당으로서 여전히 수세인 상황이다. 전통적 보수층과 2030세대의 통합을 바탕으로 지지세를 회복해야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청년조직을 이끌며 세대통합에 기여했던 권 전 원내대표는 다시 한번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원내대표 퇴임사에서 그는 "선거과정에서 능력을 증명했던 유능하고 성실한 청년 세대가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바로 당의 미래"라며 "이들이 국가와 우리당을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든든한 힘이 되는 역할을 자처하겠다"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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