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추억여행 vs 우려먹기…다시 소환되는 그 때 그 예능들
입력 2022.09.13 11:01
수정 2022.09.12 18:55
'이젠 날 따라와' 9월 23일 첫 방송
'아빠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진 대거 합류
진부함·우려먹기 비판 빗겨갈 수 있을까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반응을 내비친다. 지나친 ‘우려먹기’ 논란까지 벌어지는 등 예능 프로그램들의 주제와 포맷이 너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로 옮겨간 시청자들로 인해 10년 전 추억의 ‘옛날 예능’이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무려 13년 전 예능프로그램 KBS ‘1박2일 시즌1’의 한 영상 조회수는 최근 1800만회를 넘어섰고, 지난 2018년 종영한 MBC ‘무한도전’도 많게는 3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한 때 육아예능 신드롬을 일으켰던 MBC ‘아빠 어디가’의 영상들 역시 적게는 수십, 많게는 1000만 조회수를 자랑한다.
옛날 예능프로그램의 클립 영상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옛능: MBC 옛날 예능 다시보기’의 구독자수는 무려 106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조회수도 16억5176만회에 달한다. 현재까지도 매일 신규 조회수가 수백만씩 늘고 있다.
이처럼 ‘옛날 예능’으로 추억을 공유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자 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당초 9일 방송 예정이었지만 편성 이슈로 23일로 첫 방송을 확정한 tvN STORY, tvN ‘이젠 날 따라와’가 대표적이다.
추억 소환 아이템, '진부함' 벗고 과거 영광 이을까
방송에는 앞서 2013년 ‘아빠 어디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윤민수·윤후와 이종혁·이준수 부자가 8년 만에 뭉친다. 또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했던 추성훈·추사랑 부녀 그리고 이동국·이재시 부녀도 합류했다. 과거에 육아 예능을 통해 얼굴을 비추면서 ‘랜선 조카’로 불렸던 아이들의 훌쩍 큰 모습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여행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예전에는 아빠들이 여행을 기획했다면, 이번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일정을 계획한다. 제작진은 “어릴 적 아빠를 따라다녔던 여행과는 달리 훌쩍 큰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담았다”며 “아빠와 아이가 서로 더 가까워지고 이해하는 모습은 감동과 반전의 재미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능가에서 ‘추억 소환’은 쉽게 틀을 잡을 수 있고 과거의 팬들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디 아이템으로 활용되지만, 동시에 위험 요소들도 산재되어 있다. 최근 ‘신개념’이 아니라 ‘구개념’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면서 출발한 KBS2 예능 프로그램 ‘홍김동전’은 옛날 형식과 포맷을 표방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엔 성공했지만, 외모 지적과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는 시대착오적 게임으로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예능들이 스핀오프를 꾸미면서 기존 프로그램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자가 복제 수준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추억 소환’ 역시 같은 맥락으로 진부함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적잖다. 실제로 '이젠 날 따라와'의 출연진 역시 이미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비췄고, 심지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도 있어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옛날 예능이 인기’라서 또 그들의 과거 영광에만 기댄 프로그램은 사실상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예능 황금기’의 영광을 다시금 이루려는 시도는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대가 달라진 만큼 대중의 변화와 흐름에도 발맞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