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안전보장, 북한 아닌 한국이 걱정해야"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9.02 04:30
수정 2022.09.01 23:46

핵이 '국체'라는 北

"北 체제·안전 보장 논리는

핵개발 정당화·한미동맹 와해

위한 선전 논리에 불과"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우려하는 '체제·안전 보장 방안'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관련 논의가 지나치게 북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으로부터 핵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의 체제·안전 위기 가능성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에 따르면,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경민대 겸임교수)은 담대한 구상을 주제로 진행된 대담에서 "적어도 남북관계에서 볼 때 지금 체제·안전 보장을 걱정해야 할 쪽은 북한이 아닌 한국"이라고 말했다.


전 전 원장은 "북한은 절대무기인 핵을 가지고 있다"며 "철 지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요구와 논리는 핵개발을 정당화하고 한미관계 및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려는 북한의 선전 논리이자 북한이 씌운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측 논리에 근거해 중국·러시아까지 '북한의 합리적 안보 불안을 해소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들고 있다며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측이 한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만큼, 체제·안전 보장을 걱정해야 할 쪽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전 전 원장은 지난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이 나면 선제적 핵공격으로 희생을 최소화해 조기에 전쟁을 종결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북한은 핵보유로 체제의 생존이 보장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안전보장 요구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 등은 북한이 지난 30여 년 동안 사용해온 협상(전)술이자 선전 수단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달 담화에서 담대한 구상을 거부하며 핵을 '국체'에 비유한 만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전 전 원장은 "우리가 비현실적인 북핵 폐기를 실현 가능한 목표로 삼고 있으니 제대로 된 대처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북한이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직시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처능력을 갖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은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면서도 "북한의 핵포기 의사 및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우리가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우리의 최종 목표(end state)임을 분명히 밝히는 선언적 정책(declaratory policy)이 필요하다"며 "당장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더라도 남북한 모두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해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제협력을 통해 방어체계나 재래식 전력 그리고 핵억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핵무기를 갖고도 살 수 있지만, 핵무기 없는 미래를 선택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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