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 가리킨 롯데 정훈, 벤치클리어링 왜?
입력 2022.08.22 08:19
수정 2022.08.22 08:21
5-0 크게 앞선 3회, 몸쪽 사구 맞은 뒤 신경전
앞선 2번의 사구 및 점수 차로 빈볼 의심할 수 있어
고의냐, 아니냐의 여부를 놓고 롯데와 한화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롯데는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와의 홈경기서 8-1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에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문제의 장면은 3회에 나왔다. 롯데가 5-0으로 앞선 3회 2사 상황에서 한화의 바뀐 투수 주현상은 정훈의 몸 쪽 깊숙한 공에 직구를 던졌다. 제구가 이뤄지지 않은 공은 그대로 정훈의 팔꿈치를 강타했고 다행히 보호대에 맞으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통증을 가라앉힌 정훈은 곧바로 주현상을 향해 강하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에 주심이 황급하게 달려와 말렸으나 정훈은 두 눈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어필했다. 이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뛰어나왔고 한화의 외국인 코치 로사도가 격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즉, 정훈은 고의성 여부를 문제 삼은 것이며 한화 측은 그것이 아니라는 주장. 무엇보다 코로나19 시대를 보내면서 KBO리그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막기 위해 벤치 클리어링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더욱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경기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른 롯데는 3회에 벌써 5-0으로 앞서갔다.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자 고의적인 몸 쪽 공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었던 정훈이다. 더욱이 롯데는 앞선 2회, 전준우와 안치홍이 사구에 맞은 터였다.
실제로 정훈은 사구를 맞은 뒤 주현상을 향해 두 눈을 가리켰다. 투구 전 자신과 눈이 마주쳤고 포수의 미트가 아닌 자신의 몸을 향해 공을 던졌다는 것이 정훈의 설명이었다.
한화의 생각은 달랐다. 점수 차가 벌어지긴 했지만 경기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3회말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정훈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에는 주자가 3루에 있었기 때문에 사구를 던질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벤치클리어링은 오히려 로사도 코치가 크게 흥분하며 더 큰 싸움으로 번질 뻔했다. 이는 한화 선수들이 말리면서 확전을 막을 수 있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상당수의 코치진이 외국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벤치클리어링에 적극적인 미국식 야구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하마터면 몸싸움 등의 불상사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기도 했다.
좋지 분위기를 감지한 주심은 롯데 벤치에 보복구 등에 대한 주의를 줬고 이후 큰 충돌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그리고 승리는 인내심을 발휘한 롯데에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