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돌입한 민주당 전당대회…관전 포인트 다섯
입력 2022.07.29 00:52
수정 2022.07.29 01:03
'97그룹' 강훈식·박용진, 단일화 하나
단일화 대하는 자세엔 '온도차' 뚜렷
"회동만으로 뉴스…되더라도 막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가 예비경선을 거쳐 당대표 후보를 3인으로, 최고위원 후보를 8인으로 각각 압축하고 한 달 간의 본경선 '열전'에 돌입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①강훈식·박용진 당대표 후보의 단일화 성사 여부 ②이재명 의원의 '러닝메이트' 최고위원 후보군 경쟁 ③여성 최고위원 후보 맞대결 ④기로에 놓인 NY(이낙연)계와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의 성적 ⑤유일한 비수도권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 지도부 입성 여부 등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우선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이재명 의원의 대세론을 분쇄하기 위해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강훈식·박용진 의원이 후보단일화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단일화에는 박용진 의원이 보다 적극적이다. 박 의원은 28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예비경선대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밤이 넘어가기 전에라도 강 후보와 긴밀한 통화를 해보겠다"며 "빠른 시간 내에 강 후보와 함께 단일화와 관련해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훈식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이번 선거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나를 지지해줬기 때문에 단일화 문제를 나 혼자의 통화로 끝낼 수는 없다"며 "많은 분들과 상의해 누가 봐도 민주당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의 선택들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민주당 안팎의 관계자들은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단일화를 해도 이재명 의원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점 △박용진 의원과 강훈식 의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점 △강훈식 의원을 지지했던 비(非)수도권 표심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이 근거다.
단일화를 해서 이길 수 있다면 논의에 탄력이 붙는다. 단일후보가 돼서 승리한 사람은 당권을 쟁취하게 되며, 단일화를 해주고 조력한 사람도 사실상의 공동 당권자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일화를 하고서도 졌을 경우다. 단일후보가 돼 2위로 완주한 사람은 얻은 게 있다고 쳐도, 2위 후보에게 단일화를 해준 사람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게 돼버리고 만다.
'어대명' 기류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2위와 그 득표율도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대세론'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박지원 후보가 '기적의 레이스'를 통해 턱밑까지 따라붙으며 2위를 하면서 이후 비주류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어차피 이 의원을 넘을 수 없다면 단일화를 해주기보다는 차라리 2위를 노린다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용진은 이미 인지도가 상당하지만
강훈식, 큰 무대 처음…'드랍' 어려워
'불씨' 살려둔 채 주목도 높여갈 수도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도 완주했고, 그동안 이른바 '조금박해'의 일원으로 연일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이미 대중들 사이에서 상당한 지명도를 쌓았고 여론조사에서도 비(非)이재명 후보군 중 가장 우위에 있다. 단일화에 적극적인 것은 당연하다.
반면 강훈식 의원은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과 같이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판'에는 사실상 처음 등단했다. 단일화를 해주고 무대 뒷편으로 퇴장해버리면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다. 강 의원 본인도 "컷오프를 통과해 주목도가 높아지고 내가 말하는 게 민주당이 가야 될 방향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청률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특히 강 의원이 적극적으로 단일화에 나서는 것을 망설이게끔 할 요소는 이번 예비경선 때 들고나왔던 중앙위원 표심 공략의 명분이다.
8인의 당대표 예비후보 중 유일한 비(非)수도권이라는 점을 내세워 표심을 공략했는데, 단일화를 해주고 퇴장해 본경선을 '수도권(이재명, 인천) 대 수도권(박용진, 서울)'의 싸움으로 만들어버리면 정치의 명분이 사라진다. 중앙위원들에게 실망감을 주면 향후 큰 정치를 계속하는데에도 걸림돌로 남는다. 강 의원이 기자들에게 '나를 지지해줬던 사람들'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근거를 들어 정치권 관계자는 "빠른 단일화의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대세론'을 타고 있는 이재명 의원에 비해, 강훈식·박용진 의원은 향후 당대표 후보로서의 일정 소화에 나서더라도 주목도가 낮을 수 있다. 주목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단일화 불씨'를 살려두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훈식·박용진) 두 후보의 회동만으로도 뉴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불씨는 살려두되 단일화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판세에 따라 다르지만 (단일화가) 극적 성사되더라도 두 후보가 모두 여론의 주목도를 충분히 누리고 난 뒤인 막판의 막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러닝메이트' 최고위원은 누구
권리당원은 강경파, 대의원은 온건파
정무적 판단으로 지지 갈릴 수 있어
최고위원 후보도 서영교·정청래·박찬대·송갑석·고민정·고영인·윤영찬·장경태 의원으로 압축됨에 따라, '어대명'에 편승해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기 위한 '러닝메이트' 경쟁도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러닝메이트' 표방을 금지할 정도로 '친명(친이재명) 후보군'이 혼란스럽게 난립했었으나, 이날 최고위원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군 일부 정리가 이뤄졌다. 이수진·양이원영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서영교·정청래·박찬대·장경태 의원 정도가 '친명 후보군'으로 남게 됐다.
어느 후보가 최고위원이 돼 '이재명 대표'의 옆자리에 앉는 게 '그림'이 좋느냐에 대해서는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심이 다를 수 있다. 권리당원은 무조건 선명하고 강경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의원은 이재명 의원 곁에 강성 최고위원을 앉히는 게 과연 총선 승리와 이 의원의 대권행보에 바람직할지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
정청래 의원은 2015년 2·8 전당대회 때도 최고위원 경선을 2등으로 통과해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당 안팎을 가리지 않는 강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끝에, 최고위 석상에서 이른바 '공갈 발언' 파문으로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이같은 정 의원의 언동은 당시 문재인 대표의 당 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재명 의원 본인도 '러닝메이트'를 선택할 때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인이 인천 계양을이 지역구인데, 같은 인천에서 또 지도부가 나온다는 것은 정치의 공식에 맞지 않다. 그럼에도 박찬대 의원이 출마한 것이 세간의 관측대로 이 의원의 요청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 의원은 곁에 '부드러운 남자'를 최고위원으로 두고 싶었다는 뜻이 된다.
박찬대 의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원 출마선언을 할 때에도 "이번 전당대회가 강성 목소리로 일원화되지 않을까 염려가 있는데 나처럼 목소리를 낼 때는 내지만 일반적으로 부드럽고 온건한 사람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이 나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영교·고민정, 한 명은 무조건 지도부
'친명 대 친문'으로 대결 구도 형성되면
'1인 2표' 중 1표, 여성 후보 쏠릴 수도
한편으로 여성 최고위원 경쟁이 치열해지면 최고위원 후보에 투표할 '1인 2표' 중 한 표는 여성 후보에게 향하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표심 분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진·양이원영 의원의 컷오프로 최고위원 후보 8인 중 여성 후보는 서영교·고민정 의원 2인만 남았다.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 득표 5위 이내에 여성 후보가 없으면 여성 후보 중 최다 득표자가 5위로 선출된 것으로 간주한다. 서영교·고민정 의원 중 한 명은 무조건 지도부에 입성하는 구조인 것이다.
서영교 의원은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았기 때문에 '친명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반면 고민정 의원은 문재인정권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탓에 '친문(친문재인)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성 후보는 한 명은 무조건 당선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는 득표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면서도 "최고위원 한 자리를 놓고 '친명 대 친문'으로 대결 구도가 불붙는다면 의외로 쌍방의 표가 여성 후보에게로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영찬, 코로나 악재 속에 컷오프 돌파
NY계의 위상, 윤영찬 순위에 달렸다
"이낙연 재기 여부까지 연결될 수도"
8·28 전당대회에 출마선언을 하며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대표와 통화를 했다고 밝힌 후보는 두 명이었다. 당대표 후보 설훈 의원과 최고위원 후보 윤영찬 의원이다. 이날 두 후보의 희비는 엇갈렸다. 설 의원은 컷오프 통과에 실패했지만, 윤 의원은 코로나19 투병으로 예비경선 현장에 나오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컷오프를 통과했다.
NY(이낙연)계의 기로는 이제 윤영찬 의원의 지도부 입성 여부에 달렸다.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김한길계는 당대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 주승용 의원을 최고위원 후보 중 득표율 1위, 수석최고위원으로 밀어올리는데 성공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윤영찬 의원이 지도부 입성에 성공하느냐, 성공하더라도 몇 위로 들어가느냐가 NY계의 위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환송하는 술자리에 현역 의원 몇 명이 모였느냐보다는 이런 전당대회에서 조직표를 동원할 수 있느냐가 실제 계파 위력의 척도"라며 "윤 의원의 성적에 따라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재기 여부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비경선서 비수도권 소외감 '분출'
'호남 단일후보' 2021년 전대 아픔
딛고 이번엔 지도부 입성 성공할까
마지막으로 송갑석 의원의 지도부 진입 여부도 8·28 전당대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예비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의 비(非)수도권 정치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의외로 강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소외감이 당대표 후보 8인 중 유일한 비수도권인 강훈식 의원을 본경선 진출로 밀어올린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소외감이 컷오프를 통과한 최고위원 후보 8인 중 유일한 비수도권 후보인 송갑석 의원에게도 '든든한 뒷배'로 작용할지가 주목된다.
그간 민주당에서 호남의 기여도를 고려해보면 호남 단일 후보인 송 의원의 지도부 입성은 얼핏 '따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녹록치가 않다.
민주당 전당대회 본경선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로 치러진다. 대의원은 지역위원회마다 일정 수로 구성되는데,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은 지역위가 121개인 반면, 호남(광주·전남·전북)은 28개에 불과하다.
권리당원 분포도 수도권이 44.4%인 반면 호남·제주 27.4%다. 여론조사는 인구통계에 샘플을 일치시키는 만큼 당연히 수도권이 호남에 비해 많은 비율로 산입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5·2 전당대회에서 '호남 대표주자'로 출마했던 서삼석 의원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던 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제 모든 게 수도권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것 아니냐, 지방이 소외당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바람'이 돼서 본경선까지 유지된다면 송갑석 의원의 지도부 입성이 무난할 것"이라면서도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를 통과시킨 것으로 '마음의 빚'을 털고, 본경선에서는 각자 지지할 사람을 지지한다면 이번에도 '호남의 아픔'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