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PD·작가가 분석한 '우영우' 성취와 한계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7.26 15:53
수정 2022.07.26 15:54

"이렇게까지 사랑을 해주실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대중성 확보 확신 못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PD와 작가가 드라마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26일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우영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인식 PD와 문지원 작가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0.9%라는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입소문을 바탕으로 8회까지 방송된 현재,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유 PD는 지금의 인기에 대해 "이렇게까지 사랑을 해주실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심심한 편이어서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초반부터 이런 반응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함께 공개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글로벌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며 해외 시청자들도 사로잡고 있다. 문 작가가 이에 대해 "넷플릭스를 통해 다른 나라 시청자들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걱정도 많이 했다. 대사의 양이 많고, 또 한국어로 된 말맛을 살려야지 온전히 전달되는 말장난도 많다. 법적인 것도 한국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라면서 그럼에도 인기가 있는 건 '재밌어서'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로서 내 작품을 재밌게 봐주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이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자폐인의 특성을 왜곡 없이 담아내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영화 '증인'에 이어 두 번째로 자폐인을 다루고 있는 문 작가는 "가족이나 지인 중 자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심을 가지게 된 첫 계기는 스릴러 장르를 구상하다가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아는 게 없어 자료조사를 했는데, 그들의 특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깨닫고 놀랐다"고 관심을 둔 계기를 밝혔다. 이어 "강한 윤리의식이나 정의감, 올곧음, 또 특정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엄청난 기억, 또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 등 모든 자폐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강화되는 인간의 특성들이다. 그런 부분에 호감을 느끼고,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우영우의 출생의 비밀 등 국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설정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색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점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 요인이도 했던 것. 이에 문 작가는 "출생의 비밀 코드를 넣겠다고 했을 때 제작사에서 '괜찮냐', '새롭고 신선한 드라마를 해야 하는데, 클래식한 장치를 가지고 오는 것이 괜찮을까'에 대한 우려를 해주셨다. 나는 영화를 하다 보니 드라마 문법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전개들이 나온 것 같다. 두 사람 관계에만 집중하자고 접근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게 반응을 해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우영우의 행동 및 말투를 흉내 내는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인 만큼 그를 '희화화', '비하'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


유 PD가 이에 대해 "그런 사례가 있다는 기사를 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다. 나 또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가 편하지는 않다. 일상생활에서나 유튜브상에서 우영우의 캐릭터를 따라 하셨던 분들이 말 그대로 자폐인들을 비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우리 드라마 안에서 하는 우영우의 행동은 드라마를 통해 쌓아 온 맥락 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클립을 볼 때도 그것을 이해하며 보지만 바깥에서 어느 행동의 순간만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맥락이 발생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요즘에는 바로바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이 되는 세상이다. 본인의 의도와 다른 맥락으로 해석이 될 여지가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조심성을 가져야 되는 시대가 되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받아들이시던 감수성과 지금의 시대 감수성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누군가가 여기서부터 비하고, 여기서부터는 패러디라고 정해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런 부분들이 사회적인 합의나 시대적인 감수성 차원에서 공론화가 되면서 기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쏟아지는 다양한 의견과 이 드라마가 끌어낸 다양한 화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우영우가 지나치게 판타지적인 인물이며, 이에 실제 자폐인들의 아픈 현실은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 PD는 "이제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자폐 스펙트럼의 양상은 굉장히 다양하다. 우영우는 특히나 우리가 부여한 지적인 능력과 스펙을 가지고 있으니, 더더욱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할 수 없는 사람인 건 당연하다"라고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어떤 드라마에서 출발할 때 항상 가정에서 출발하지 않나. 어떤 인물이 어떤 상황에 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작가님이 출발을 하실 때도 자기 안의 세계에 갇힌 것으로 알려진 자폐인이 수많은 사람과 부딪히고, 충돌하면서 변호사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면 어떨까에서 출발했다. 그 질문을 가장 잘 체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최소한의 개연성을 담으려고 했다"고 이 드라마의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문 작가는 "만약에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살만한 곳이나 나아지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드라마가 아닌 우리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지는 이야기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이 경청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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