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젊은 층 겨냥하는 예능?…‘소재’로만 전락한 MZ세대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7.13 08:45 수정 2022.07.13 10:27

‘요즘것들이 수상해’→‘푸어라이크’

등 MZ세대 공감 없는 MZ 겨냥 예능들

MZ세대가 콘텐츠 소비의 한 축이 되면서, 그들을 직접 겨냥하는 TV 예능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대다수의 콘텐츠들이 MZ세대를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그들의 특성을 조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들의 관심은 끌어내지 못하면서 공감도 새로운 메시지도 모두 실패하는 애매한 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예능가에 MZ세대가 단골 주인공, 또는 소재가 되고 있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문화에 특히 익숙한 이들은 독특한 경험을 즐기면서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TV 예능프로그램들 역시도 이들을 주인공으로 포섭해 공감을 유도하거나, 독특함을 조명하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KBS2 ‘요즘것들이 수상해’는 MZ세대를 주인공으로 삼은 대표적인 예능이다. ‘요즘 것들’은 어떤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지를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내는 이 프로그램에는 한복 디자이너, 유튜버 등 다양한 MZ세대들이 출연 중이다.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피고, 속내를 들어보면서 MZ세대를 향한 공감을 끌어내고자 한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푸어라이크’ 또한 MZ세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MZ세대들의 특별한 소비 철학을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빚을 내더라도 빛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MZ세대들의 소비 기준은 무엇인지 들어보고 20대부터 60대까지 50인의 판정단으로부터 최대 상금 500만 원을 받는 소비 공감 토크쇼다.


이 외에도 최근 종영한 ‘Z멋대로 생존기, Zㅏ때는 말이야’에서는 스마트폰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Z세대의 모습을 담은 바 있으며, ‘자본주의학교’에서는 10대들의 경제 활동을 통해 그들을 향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신서유기’ 시리즈의 여성판이라 불리며 호평을 받는 tvN 예능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는 이영지, 안유진, 미미 등 MZ세대 출연자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프로그램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유튜브 콘텐츠들이 TV 프로그램 못지않은 인기를 얻거나 또는 그 이상의 화제성을 만들어내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이들 세대들 역시도 TV 프로그램의 겨냥층이 되고 있다. 또한 이 세대들이 트렌드의 중심이 되면서, 이 관심을 활용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프로그램들이 실제 MZ세대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이 MZ세대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려고 하거나, 또는 하나의 특징을 부각하는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이들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 물론 늘 스마트폰과 함께 일상을 보내던 10대들이 갑자기 스마트폰과 멀어지게 되자 당황하는 모습 등 일부 에피소드가 공감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다수의 프로그램들이 MZ세대의 독특함에 방점을 찍고 세대 간 격차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풀어내면서 오히려 ‘식상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들을 담아내는 방식 역시도 기성 예능들이 늘 시도하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주어진 주제를 소화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관찰 카메라로 담거나, 정해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토크 형식 등 새로운 세대의 공감을 끌어내기엔 지나치게 무난한 형식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들에 입맛에 맞는 과감한 소재를 선택하고, 빠른 편집 등 색다른 문법을 활용하는 여느 콘텐츠들과는 의도 자체가 다를 수 있다. 다만 또 다른 세대들에게 MZ세대를 향한 이해도를 높이고, 세대 간 이해 또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지금의 프로그램들이 하고 있는 일차원적인 접근으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결국 대다수의 콘텐츠가 젊은 층의 공감도 놓치고, 색다른 메시지를 끌어내지도 못하는 이도 저도 아닌 결과들을 보여주곤 한다. 잘만 활용하면 시청층을 넓힐 수도 있는 시도였으나, 트렌드를 그저 소재로만 전락시키며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MZ세대를 겨냥하려는 TV 프로그램의 움직임이 결국 방송가의 올드함만을 부각시키는 사례가 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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