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손잡은 韓, 안보위기 겪을 것"…北, 학자 내세워 '으름장'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6.29 11:23
수정 2022.06.29 11:23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를

필자로 내세우며 '여지'둔 듯

북한 관영매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판하며 "매우 고통스러운 중증 안보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를 필자로 내세우며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과는 거리를 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효명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명의로 게재된 '아시아태평양은 북대서양이 아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동유럽에서 타오른 전쟁의 불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널름거리고 있다"며 "지난 4월 나토 군사위원회 위원장이 남조선과 일본을 행각하여(돌아다니며) 군사적 협력 강화를 논의한 데 이어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수뇌자회의(정상회의)에 사상 처음으로 남조선 당국자와 일본 당국자가 참가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사는 "나토가 동유럽에서의 화난을 불러온 장본인이라는 점, 이번 나토 수뇌자회의에서 채택될 새로운 전략개념에 중국을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 미국과 남조선이 조선반도(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조만간 북대서양의 검은 파도가 태평양의 고요를 깨뜨릴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가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한 데 주목하며, 미국의 아시아 동맹과 유럽 동맹 간 협력 강화 흐름에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연구사는 "며칠 전 미 정부 당국자가 남조선이 나토 성원국은 아니지만 나토의 개별적인 동맹국들의 중요한 동반자이며 미국이 남조선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키려 하는 것은 유럽에서 나토가 지키려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유럽 나라들의 피의 대가로 '미국식 국제질서'를 유지하려 하는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남조선을 대포밥 삼아 지역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소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기의 존재 명분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찾고 있는 나토의 목적은 명백하다"며 "'민주주의 회복'과 '동맹 강화'의 간판을 내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오커스' '쿼드'와 같은 대결동맹을 조작하고 나토와 한 고리로 연계시켜 중국을 억제·고립하는 환태평양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것이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흉심"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민주적 가치와 동맹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대륙별 동맹 연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중국 당국 입장을 고스란히 수용한 모양새다.


김 연구사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모색하며 역할확대를 주저치 않는 남측을 겨냥해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나토의 '동방 십자군 원정' 척후병, 총알받이의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자가 혹시 나토의 그늘안에 들어서면 미국 상전의 칭찬도 받고 안보불안도 덜 수 있다고 오산하고 있을 수 있지만 사실은 불구덩이에 두 발을 깊숙이 묻어둔 격"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제 남조선 당국은 화난의 근원인 나토의 검은 손을 잡음으로써 매우 고통스러운 중증 안보위기를 경과하게 될 것"이라며 "치유 불능의 장기적인 안보불안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토를 겨냥해선 "자기의 '서방 영역'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나토가 이제 동방에서 부닥치게 될 온갖 풍파를 어떻게 감당하겠는지 상당히 우려스러울 뿐"이라며 "북대서양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으로 침로를 돌린 나토호가 난파선의 운명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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