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혈연 아니더라도”…미디어가 묻는 ‘진짜’ 가족의 의미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6.28 15:01
수정 2022.06.28 13:24

‘갓파더’ ‘조립식 가족’ 등 새로운 가족 예능 이어져

‘브로커’ ‘룸쉐어링’ 속 새로운 형태의 가족 눈길

지난달 가수 최환희는 어버이날을 맞아 KCM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마음을 표현했다. KCM은 “가슴이 찡했다. 아빠에게 꽃을 달아주는 게 처음이지 않았을까. 꽃을 달아주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환희 하고 싶은 대로”라고 말하며 마음을 표현했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KBS2 예능프로그램 ‘갓파더’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이 된 KCM과 최환희는 이날 실제 부자 같은 애틋한 정을 나누며 보는 이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했다.


‘갓파더’는 스타들의 조금 특별한 만남을 통해 대한민국의 가족 관계를 재해석하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KCM과 최환희를 비롯해 강주은과 우혜림, 가비, 김숙과 조나단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이지만 한 가족으로 활약 중이다. 출산 후 복귀한 우혜림이 육아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자 강주은이 이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며 뭉클함을 조성하는 등 가상이지만 상대를 향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며 가족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겨보게 했다.


지난달 종영한 tvN 예능프로그램 ‘조립식 가족’ 역시 자발적으로 가족이 된 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가상이 아닌, 6년째 동거 중인 댄서 모니카, 립제이와 동거 2년 차에 접어든 배우 현봉식, 김대명 등 실제로 ‘조립식 가족’을 실천 중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리얼리티를 강화했다.


연출을 맡은 이민정 PD는 프로그램 론칭 당시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돌파하고 있는 시대, 서로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자발적 가족’이 된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 의도를 밝혔었다. 이 PD의 말처럼, 이제 더 이상 ‘혼자 사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된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이런 형태의 가족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가족의 의미를 확장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반영이 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가족 영화들에서는 결혼 또는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또 함께 부대끼면서 가족이 돼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것. 과거에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들이 갈등,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정’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작품을 통해 꾸준히 가족의 의미를 짚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를 통해 또 한 번 이 메시지를 되새겼다. 버려진 아이를 몰래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가 미혼모 소영(아이유 분)을 만나, 그의 아이 우성(박지용 분)에게 양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작품. 어쩔 수 없이 아기를 보내려는 소영과 어릴 적 엄마에게 버려진 아픔을 안고 있는 동수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등 함께 연대하며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가 돼준다.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나문희 분)과 흙수저 대학생 지웅(최우성 분)의 한 집 살이 프로젝트를 다룬 영화 ‘룸 쉐어링’에서도 두 사람을 묶는 것은 피가 아닌 서로를 향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었다. 우성은 금분에게 보호자가 필요할 때 기꺼이 손자가 돼주고, 금분은 우성에게 가족이 필요할 때 그의 할머니가 돼주면서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줬었다.


이 외에도 효자 코스프레하는 아들과 가족 코스프레하는 요양보호사 사이에 낀 85세 정말임(김영옥 분) 여사의 선택을 그린 ‘말임씨를 부탁해요’ 또한 기존의 가족 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예능, 영화는 판타지라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룸 쉐어링’의 이순성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가족이라는 형태는 같이 밥 먹고 생활하고 같이 웃으며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룸 쉐어링’이 판타지이기도 한데 혼자 사는 노인과 대학생이 보여주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행위들로 또 다른 가족이라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었다. 앞선 가족 영화들 모두 미혼모들의 자립 문제나 노인들의 고립 문제 등 가족의 의미를 넓히는 것이 왜 필요한지, 그 구조적인 문제까지 함께 짚어내면서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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