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더 많이 쌓아도 '새발의 피'…은행권 부실채권 '눈덩이'
입력 2024.12.03 06:00
수정 2024.12.03 06:00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 침체까지
대출 제때 못 갚는 차주들 늘어
위험 대비 '비상금' 역부족 현실
국내 대형 은행이 부실채권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올해 들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실채권이 불어나고 있어서다. 길었던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인해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차주들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207.4%로 지난해 말보다 27.6%포인트(p) 낮아졌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의 고정이하여신 잔액 대비 충당금 적립률을 뜻하는 것으로, 부실채권을 견뎌낼 수 있는 여력을 보는 건전성 지표로 통한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이 215.%로 같은 기간 대비 62.2%p 떨어졌다. 5대 은행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어 하나은행이 181.7%로 52.8%p 낮아졌고, 국민은행이 179.3%로 48.3%p 하락했다. 신한은행은 190.7%로 5.9%p 하락에 그쳤다.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우리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만 270.2%로 31.3%p 상승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충당금을 1년 전보다 늘려 쌓았는데도 적립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부실채권이 충당금을 쌓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 은행이 올해 3분기 말 부실채권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 잔액은 총 11조3282억원으로 1년 새 10.7% 늘었다. 다만 고정이하여신 역시 5조5821억원으로 같은 기간 28.6% 늘며 훨씬 빠르게 불어났다.
고정이하여신이란 통상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경제적 부담이 누적된 차주들이 이자조차 갚지 못해서다. 이에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유동화 전문회사에 대량 매각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문제와 길었던 고금리 상황 등으로 부실채권이 증가했다"며 "건정성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더 늘려 쌓는 등 건전성 대응을 위해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