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제 도입 추진…현대차 'MZ 이탈' 고민 해결되나
입력 2022.06.24 12:11
수정 2022.06.24 12:11
연공급제→직무급제 전환시 IT‧SW 직군에 충분한 보상 가능
생산직 위주 노조 반발 관건…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등 방어권 보장돼야
업무 성격과 난이도, 책임 정도 등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직무급제 도입이 추진되며 기존 호봉제(연공급제)의 폐해로 곤란을 겪던 기업들의 임금체계 개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임금체계에 불만을 품은 MZ세대 이탈로 사무‧연구직군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반길 만한 변화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포함된 직무급제 도입은 연공성이 강한 국내 임금구조의 폐해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는 그동안 연공급제 임금체계와 관련해 성과보상의 불공정성과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격차 확대, 임금교섭 과정에서 소모적 노사 갈등 유발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고도성장기 시절부터 사업을 영위하면서 연공급제 임금체계가 자리 잡은 제조기업들의 경우 직무급제를 도입한 신생 IT(정보기술)기업에 고급 인재를 빼앗기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에서 IT가 융합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IT, SW(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연공급제 임금체계로 인해 인력 확보를 위한 보상체계가 미흡하다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난해 불거진 연구개발 인력 유출 사태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연공급제를 고수하려는 생산직 위주 노동조합의 교섭 결과에 따라 동일한 임금인상과 성과급을 적용받다 보니 젊은 사무‧연구직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직무급제 임금 체계가 도입될 경우 이런 문제는 일거에 해소된다. 업무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는 직무급제의 특성상 연구개발 인력의 임금 체계를 생산직과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젊은 IT‧SW 인재를 잡아둘 수 있는 요인이 된다.
MZ세대 직원들이 요구해 왔던 ‘공정한 성과보상’ 체계도 만들어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시 공정한 보상을 통한 동기부여로 개인의 발전과 생산성 혁신을 유인할 수 있고,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조 반발이다. 근속기간이 긴 생산직 근로자 위주로 구성된 노조가 직무급제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지난해 12월 회사측이 비노조원인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들 중 성과가 좋은 직원 10%를 선발해 500만원의 특별 보상금을 지급한 것에도 반발했었다. 이를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해 결국 4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챙겼다.
직무별 차이나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직무급제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현대차와 기아 등 주력 계열사 노조가 속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고용부의 직무급제 도입 추진 계획에 대해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이미 사측이 직무급제 도입을 시도했다 실패한 전례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5년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에서 노조측에 직무급제 도입과 개인별 노력과 성과를 반영한 부가급제 도입, 성과배분 기준 수립 등을 포함한 신 임금체계 도입을 제안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간 대화가 이어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현재 중단된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에서 직무급제 도입이 추진되더라도 막상 기업들이 적용하려면 노조 반발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은 전반적으로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직무급제 도입과 같은 세부 사항은 기업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간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약 조항과도 연관되는 만큼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파업’이라는 무기를 손에 쥔 노조 앞에서 사측이 직무급제 도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사측의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내용도 포함됐어야 하는 지적이 나온다.
경총은 전날 고용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고용노동부 발표는 우리 노사관계의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대체근로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사업장 점거 등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