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개충돌한 지도부…'정치의 사법화' 그대로 답습하는 '개혁'신당
입력 2025.01.17 00:30
수정 2025.01.17 00:30
김철근 사무총장 해임 유권해석 두고도 다퉈
"유권해석 무효" vs "해석 존중해야"
대변인 인선·당원소환제 두고도 신경전
개혁신당 지도부가 16일 당 기획조정국이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토대로 '김철근 사무총장 해임과 이주영 정책위의장 교체는 무효'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을 두고 공개 충돌을 이어갔다. '정치의 사법화'가 정치권 최대 문제로 떠오른 현 정치 상황에서 개혁을 내세운 개혁신당마저 당헌·당규의 유권해석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개혁신당의 '개혁'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혁신당 기획조정국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사무총장·정책위의장 해임 및 신임 정책위의장 임명은 최고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므로 최고위의 적법한 의결을 거치지 않은 당직자 임면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허 대표는 이준석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전 사무총장을 해임한 데 이어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을 정책위의장에서 해임하고 정성영 서울 동대문 당협위원장을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이와 관련해 허은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의 판결이 아닌 법무법인의 의견은 어떤 결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사사오입 개헌'으로 악명을 떨쳤던 이승만 정권과 자유당조차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허 대표는 해당 유권해석이 지난해 12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정된 당헌·당규를 토대로 하고 있다며 "당 대표의 발언권이 부당하게 박탈된 상태에서 문서 없이 구두로만 진행된 회의는 원천 무효다. 마치 과거 독재 정권의 비민주적 회의와 윤석열 정권의 '계엄 국무회의'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천하람 원내대표는 "사무처와 기획조정국의 유권해석은 존중하면서 당무 운영을 해야 한다"며 "존중하지 않으면 당 운영이 매우 무질서해질 수밖에 없고 원칙과 절차가 제대로 준수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기인 최고위원은 "이제 곧 당원소환제가 시작된다. 당권에 집착한 폭군의 말로가 어떤지 역사는 안다"며 "부디 당원 손으로 끌어내기 전에 지도부가 스스로 총사퇴하는 결자해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에도 회의실 밖으로 고성이 새어나오는 등 충돌이 이어졌다. 이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대변인당 임명과 김철근 사무총장 임명, 당원소환제 성립 여부 등을 두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비공개 회의 이후 진행된 백브리핑에서도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우선 김철근 전 사무총장은 자신이 사무총장직에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원회의로 사무총장에 복귀했다"며 "사무처 당직자들을 적극 설득해 당무에 복귀해 당을 빨리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은아 대표는 김 전 총장의 복귀를 부인했다. 허 대표는 "나는 승인한 적이 없다"며 "사무처에서 사무총장을 빨리 임명해야 일할 수 있다고 해서 부총장이 대행이 가능해 우선 부총장 먼저 임명을 했다"고 잘라 말했다.
대변인단 임명에 대해서는 천하람 원내대표 등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허 대표는 "임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지만, 이날 오후 정국진 선임대변인과 조휘진 대변인을 최종 임명했다.
이준석 의원이 당원소환제 실시를 위한 서명 절차 착수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허 대표와 허 대표 측근 조대원 최고위원 등은 실효성이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조대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어제 이준석 의원이 모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 것을 봤다. 이 의원이 '헌법재판소 절차가 정치적 재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비슷한 게 당원소환제'라고 말했다"며 "스스로 허 대표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이 당헌·당규, 법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재판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도 회의 후 당원소환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원소환제 요건이 불비인지를 묻는 질문에 허 대표는 "그렇다. 승인 같은 여러 절차에서의 문제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고발전을 일삼으며 정치를 정치로 해소하지 못하고 법원으로 해결의 공을 넘기는 '정치의 사법화'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개혁신당마저 당헌·당규의 유권해석을 두고 다투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존 양당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결국 이게 권한쟁의나 가처분 신청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우리 정치권이 사법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준석이라는 차세대 정치인마저도 정치를 정치력으로 풀지 못하고 사법의 영역으로 가져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