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건', 다시 재판…대법 "외할머니, 친모 맞지만 바꿔치기는 의문"
입력 2022.06.16 11:36
수정 2022.06.17 10:07
1·2심서 모두 징역 8년 선고…아기 바꿔치기, 사체은닉미수 혐의 모두 유죄
대법원 "유전자 감정서 친자 맞아…피해자 바꿔치기 의문점 남아"
대법원이 이른바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사망 여아)를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납치 여아)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고 파기 환송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 김모(23)씨가 낳은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여아와 몰래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3세 여아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2월 9일, 김씨가 살던 빌라에서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도 있다. 여아는 그보다 6개월가량 전 김씨가 이사를 가면서 빈집에 방치됐다가 숨졌다.
경찰은 여아의 사망 원인인 김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수사하던 과정에서, 석씨의 아기 바꿔치기와 시신은닉미수 범죄 혐의를 추가 포착했다. 숨진 여아의 유전자(DNA) 검사에서 원래 친모로 알려졌던 김씨가 사실은 언니였고, 외할머니인 줄 알았던 석씨가 실제 친모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석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당시 아이를 낳지 않았고, 아이들을 바꿔치기 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석씨의 아기 바꿔치기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세 번의 유전자 감정 결과 등을 보면 숨진 아이와 피고인(석씨) 사이에 친모·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며 "아이의 혈액형 등 출생 전후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자신이 낳은 여아와 친딸이 낳은 딸을 바꿔치기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석씨가 출산 한 달 전에 직장을 그만뒀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에 숨기려고 거짓 진술을 한 점 ▲임신 사실을 알았을 무렵 출산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점 ▲온라인으로 해온 여성용품 구매가 임신 의심 기간에만 중단된 점 등의 정황을 판단의 근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