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에 사용된 인화물질은 "휘발유"

7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에 사용된 인화물질은 휘발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1차 현장 감식에서 확보한 연소 잔류물을 감정한 결과, 휘발유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2차 합동 감식에서는 사건 현장인 203호 사무실에서 휘발유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유리 용기 3점, 휘발유가 묻은 수건 등 잔류물 4점을 추가로 수거해 국과수에 성분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사건 용의자 천모(53)씨가 휘발유를 뿌려 불을 낸 것으로 보고 휘발유 구입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변호사 김모(57)씨와 사무장 박모(66)씨의 배, 옆구리 등에서는 자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203호 사무실에서 등산용으로 보이는 날 길이 11㎝ 흉기 1점을 수거해 범행 도구가 맞는지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다. 천씨가 방화 범행을 하는 과정에서 이 흉기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사망자 전원에 대한 부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날 검안에서 사망자들 사인은 화인사로 추정됐으나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방침이다.

사건 주요 관계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203호 사무실과 옆 사무실 직원들을 상대로 사건 발생 당시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203호 사무실에서 창문을 탈출해 화를 면한 한 사무장을 상대로 조사했지만 그는 범행 장면을 자세히 목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무장이 자기 방 안에 있다가 소란해서 사무공간으로 나오니 연기가 가득해 창문으로 겨우 탈출했다고 한다"며 "사무실에서 천씨의 범행을 목격한 사람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민사소송에 패소한 데 불만을 가진 A씨가 지난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인근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빌딩 2층 한 변호사 사무실에 고의로 불을 질러 발생했다.

이 불로 사무실 안에 있던 변호사 김씨와 직원 5명, 천씨 등 모두 7명이 숨지고 같은 건물에 있던 입주자, 의뢰인 등 50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