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원훈석의 철거를 주장하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6.10 05:05
수정 2022.06.22 10:38

청와대 대포 포격 ps(from paper to steel) 계획 입안한 사람

미국 주도 패권주의의 핵심 극복하는 길은 한반도 통일 주장

대한민국 근본과 국정원 기본 임무 부정 가능성 높아 철거해야

국정원에는 국정원의 지향과 염원을 담은 원훈석이 있다. 원훈석은 시대와 정권에 따라 문구가 달라졌는데 지금의 원훈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6월 4일 국정원 창립 60주년을 맞아 국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지원 국정원장과 함께 제막한 것이다.


문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무난해 보이지만 문제는 그 문구를 담은 글씨체였다. 글씨체가 통혁당 장기수인 신영복의 필체이다.


필자는 대안연대 대표로 국정원 원훈석 철거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국정원 앞에서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우리 단체는 다양한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서명 명부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아래서는 우리 단체가 국정원 원훈석 철거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먼저 신영복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신영복은 통혁당 장기수로 68년 구속되어 20년 수감되었다가 88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60~70년대 인혁당·통혁당·남민전 등 구좌익을 뿌리로 한 지하당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북한과 직접 연계된 통혁당 계열과 북한과 노선을 같이 하면서도 직접 연계는 자제했던 인혁당 계열로 나눌 수 있다. 북한은 69년 통혁당 검거 이후에도 통혁당이 실존한다며 해주에서 통혁당 방송을 송출했고 85년에는 이를 한국민족민주전선, 즉 한민전으로 개칭한 바 있다. 80년대 주사파들은 다른 지하조직과 달리 통혁당-한민전을 북한과 연계된 지하전위조직으로 생각했다.


요약하면 통혁당은 수많은 친북 성향의 지하당 운동 중 가장 중요한 조직이다. 신영복은 통혁당 넘버 2 김질락에 포섭되어 통혁당 산하 조국해방전선에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청와대를 대포로 포격하려는 ps(from paper to steel) 계획을 입안한 사람이다. 그는 통혁당의 단순가담자가 아니라 통혁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신영복은 70년 감옥에서 전향했는데 98년 '말'지 김경환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그의 전향은 본심과는 무관한 통혁당의 조직적 결정이었다.


2000년대 그는 다양한 저술 활동을 포함해 왕성한 문필 활동을 보인다. 여기에는 “더불어숲”, “강의”, “담론” 등이 있다. 이들 책에 담긴 신영복의 주장을 요약하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미국 주도의 패권주의의 마지막 국면이고, 미국 주도의 패권주의의 핵심은 근대화·과학화·세계화인데 이를 극복하는 길은 한반도의 통일에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것은 그가 2010년대 중국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그가 동양 고전과 인문학에 집중한 것도 미국 주도의 근대문명을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영복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90년대 후반부터 간접적으로 진행된 양자 사이의 관계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 신영복이 춘풍추상이라는 글씨를 선물하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 퇴임 직전에는 우공이산이라는 글씨를 선물한 것으로 이어진다. 2012년 대선 때 ‘사람이 먼저다’, 더불어민주당 당명의 더불어도 신영복의 작품이다.


극적이었던 것은 2010년대 후반,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7년 한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신영복의 글씨체로 된 ‘통’자가 새겨진 서화작품을 시진핑에게 선물한다. 18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남한을 방문한 김여정·김영남과 기념촬영을 하는 배경에도 신영복의 글씨체로 된 ‘통’자가 등장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신영복 사이의 관계는 사상적으로 첫째. 사람이 먼저다. 더불어 같은 독특한 인간관 둘째. 탈미 한반도 및 동아시아 구상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신영복 사이의 관계가 사상적으로 어떤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양자 사이의 관계가 그저 글씨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었음은 명백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영복 글씨체를 통해 의미 있는 무언가를 전달하려 했고 그것은 신영복과 문재인 대통령이 주고받은 글씨체의 문구와 연관이 있다. 2021년 국정원 원훈석 교체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문재인과 신영복 사이의 관계, 문재인 대통령이 신영복 글씨체를 통해 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이고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는 추후의 과제이다.


지금 시점에 우리 단체가 신영복 원훈석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다. 신영복이 통혁당 장기수로 여전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 이를 다시 들춰 시비를 가릴 이유는 크지 않다. 그것은 학술적인 토론의 영역이지 정치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신영복 글씨체가 들어있는 동상이 그가 근무했던 성공회대 주변에 있다면 그것을 시비할 마음이 없다. 그러나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정원 원훈석 글씨체가 통혁당 장기수의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것은 자칫하면 대한민국의 근본과 국정원의 기본 임무를 부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과 기관들을 공정히 대우하고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국정원 원훈석의 교체가 그런 노력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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