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서 수백만원 상습 절도…대법 "침입죄 성립은 안돼"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2.06.03 10:10
수정 2022.06.03 10:13

서점 내 진열된 이어폰 절도 혐의

대법 "통상적인 출입 방법…건물 관리자 평온 상태 침해 없어"

지난 3월 대법 전원합의체서 변경된 주거 침입 관련 판례 적용

대형 상점에서 수 차례 물건을 훔쳤다 해도 통상적 출입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침입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절도·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대형 서점 디지털 코너에서 시가 30만원짜리 이어폰을 몰래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간 것을 비롯해, 같은 장소에서 한 달 동안 모두 5차례에 걸쳐 총 23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가 동종 절도 범행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물건을 훔쳤다는 점 등을 감안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건조물침입 혐의까지 유죄로 볼 순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97년 '초원복집' 판례를 변경하면서 내놓은 주거침입죄 기준이 근거가 됐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다면 거주자가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 해도, 그 주거의 형태·용도·성질, 외부인 출입 통제·관리방식 등을 따져 객관적·외형적으로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돼야만 주거침입죄가 된다는 법리를 확립했다.


그러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가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이 아니므로 주거침입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증거들에 의하면 A씨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서점에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A씨의 출입이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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