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구제안 놓고 'MG손보 딜레마' 빠진 당국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2.06.03 06:00
수정 2022.06.02 15:43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면서 금융당국이 여러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양한 규제완화책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부실금융기관 지정된 MG손해보험 사례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재무건전성 규제 완화 안건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은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주요 보험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어 업계 안건을 수렴하고 금융위에 이를 전달했다.


재무건전성 규제 완화가 화두가 된 것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부실위기에 놓일 수 있는 보험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일제히 급락했다. 금리 인상으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DGB생명은 84.5%로 법상 규제 한도인 100%를 밑돌았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도는 보험사도 속출했다. 농협생명(131.5%), 한화손해보험(122.8%),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등이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당국에 여러 안건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기시정조치 적용 유예 방안, 보험부채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금 활용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적기시정조치 적용 유예안은 RBC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받아야하는 당국의 규제를 잠시 미뤄달라는 것이다. RBC 비율이 100% 이하로 하락하면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자본 확충 등 재무개선 요구 등 적기시정조치를 취한다. 이때 적절한 자본확충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지 못할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


내년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서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되면 자산건전성이 일부 개선되는데, 이때까지 미뤄달라는 게 보험업계의 의견이다.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RBC비율 악화로 다수 보험사가 부실금융기관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LAT는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 뒤 차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하는 제도다. 새 회계기준과 K-ICS의 내년 도입을 앞두고 완충 목적으로 실행됐다. 현재 보험사는 LAT를 통해 추가 적립되는 책임준비금을 이익잉여금(자본)으로 편입하지 못하는데, 이 잉여금 중 일부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해주자는 안이 LAT 잉여금 활용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RBC비율의 분모(가용자본)이 커져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같은 구제안을 도입하면 MG손보 사례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RBC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MG손보에게 적기시정조치를 내렸다가 자본확충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다며 부실금융기관 결정을 내렸다. MG손보는 행정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당국 결정에 제동을 건 상황이다.


적기시정조치 유예안이나 LAT 잉여금 활용안 모두 MG손보만 빼놓고 적용하긴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이란 외부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MG손보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로 판단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애초 보험사의 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금융당국이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구제안을 실행하는 자체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반면 보험사 각자 자본확충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보험사 올해 1분기 실적이 한 해 전 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는 점은 보험사들의 상황을 모른척 할 수 없는 요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측면과 보험사 애로사항을 수렴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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