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워싱턴 채널 공략’ 제대로 통했다
입력 2022.05.19 14:17
수정 2022.05.19 14:17
20일 방한 바이든 美 대통령, 삼성 평택 캠퍼스 방문
'삼성맨'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 동행 예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날 마크 리퍼트 전 주미 대사와 함께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의 워싱턴 채널 공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이 탄탄한 미국 정계 인프라를 갖고 있는 리퍼트 전 대사를 선제적으로 영입하면서 미국 정부와 긴밀한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리퍼트 전 주미 대사는 20일 방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일정인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에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전 대사는 지난 3월부터 삼성전자 북미 대관 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배터리 등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있고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와 연결고리가 있는 리퍼트 전 대사를 영입한 것이다.
당초 리퍼트 전 대사 영입은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불확실해지는 대외환경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전략적 행보라는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K 반도체 벨트 전략'을 추진했지만 설비 투자 인센티브나 인력 양성 방안 등에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삼성이 독자적으로 미국 행정부와 채널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마크 리퍼트 전 대사는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외교안보 보좌관과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4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했다. 재임 당시 자녀 이름을 '세준'으로 지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내 좌파 단체 대표로부터 흉기 습격을 당하고도 "같이 갑시다"라는 한미 동맹 슬로건을 트윗에 올릴 만큼 대표적 친한파 인사다.
삼성도 이를 높이 평가하며 "한국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는 리퍼트 전 대사가 미 정부와의 창구 역할을 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역대급 미국 투자를 결정한 상태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막대한 세제 혜택 지원을 약속받고 2024년 가동 목표로 20조원(약 170억 달러)을 들여 파운드리 2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공급망 구상에 합류해야 된다고 판단한 것은 전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삼성전자 경영진과 함께 직접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 방문을 대비한 사전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평택 공장을 찾은 것은 약 1년 4개월 만이다.
한편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타 국내 기업들 역시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큰 국내 사정으로 미루어 더는 정부 외교력에만 의존할 수 없는 기업의 생존 전략인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워싱턴사무소 소장으로 영입했다. 4대 그룹 가운데 LG는 유일하게 워싱턴 사무소가 없었지만 올해 초 사무소를 개설했다. SK그룹 역시 LG와 배터리 분쟁 해결을 위해 워싱턴 네트워크에 엄청난 공을 들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