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새 회계 대비 '암운'…보험금 부담 또 5조↑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04.25 06:00
수정 2022.04.22 16:59

IFRS17 적용 시 보험금 부채 510조

금리 회복 흐름에도 압박 가중 여전

국내 생명보험사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보험금 부채가 지난해 또 다시 5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직후 제로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던 금리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증가 속도에 다소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부담은 계속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IFRS17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거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며 팔았던 저축성 보험이 생보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2개 생보사의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액수는 총 510조966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0% 늘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5조437억원 증가했다.


LAT는 각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로, 내년 시행 예정인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IFRS17은 계약자들에게 돌려줄 보험금을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이다. 이렇게 되면 가입 당시 금리가 반영되면서 보험사의 부채는 커지게 되는데, LAT는 이를 미리 추산한 값이다.


주요 생보사 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LAT 액수만 152조39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 늘면서 최대를 기록했다. 교보생명의 해당 금액 역시 52조9931억원으로 2.4% 증가했다. 빅3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의 LAT 액수만 69조9367억원으로 2.7% 감소했다.


결국 생보업계 전체로 보면 IFRS17 적용 시 쌓아야 하는 준비금이 지난해에만 5조원 넘게 늘었다는 의미다. 다만 증가세는 어느 정도 축소된 모습이다. 생보업계의 2020년 말 LAT 액수는 505조923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3% 늘었다. 1년 새 25조6262억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이는 당시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히 떨어진 시장 금리 때문이었다. 낮아진 이자율 탓에 기존 가입자들에게 약정했던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생보사들이 감당해야 할 잠재적 부채는 더욱 늘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의 악영향이 본격화했던 2020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0%까지 낮춘 바 있다.


반면 지난해 기준금리가 반등하면서 생보사의 LAT 압박은 다소 완화됐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 각각 0.25%p씩 인상되며 1%대를 회복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1월과 4월에 추가 인상이 단행되며 1.50%까지 올라섰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도 두 세 차례 더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생보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저축성 보험이 자리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2010년대 초·중반 자산 규모 경쟁을 벌이며 고금리를 앞세운 저축성 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아무리 금리가 올랐다 해도 당시에 고객에 약속한 이자율을 메꾸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책임준비금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금리가 빠르게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저금리는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추세적 흐름인 만큼, IFRS17 시행 이후에도 생보업계의 자본 확충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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