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대출채권 사상 최대…규제 사각지대 '풍선효과'
입력 2022.03.27 06:00
수정 2022.03.25 17:10
1년 새 5조 늘며 154조 돌파
느슨한 DSR, 수요 쏠림 우려
국내 생명보험사에서 나간 대출이 최근 1년 새 5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대체 수요로 보험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여전히 은행권보다 보험업계에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풍선효과에 따른 부작용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의 대출 보유량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54조6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5조1803억원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주요 대형 생보사들의 흐름을 살펴보면 우선 삼성생명에서의 대출이 53조444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3%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대출 잔액 역시 22조1522억원으로 6.3% 늘었다. 빅3 생보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의 대출만 21조6322억원으로 7.3% 줄었다.
생보업계는 보험사 대출 시장의 중심이다. 보험업계 전체 대출채권 중 생보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6.1%로 손해보험사의 두 배에 가까웠다. 특히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대 생보사가 보험업계 전체 대출에 차지하는 비중만 40.5%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보험사 대출에 수요가 쏠리게 된 핵심 요인으로는 은행권을 향한 가계부채 규제가 꼽힌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은행권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에서 묶겠다는 이른바 총량규제를 강화하면서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을 찾는 차주들이 늘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생보업계의 대출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50조원을 밑돌았고, 같은 해 상반기까지 150조원대 초반에 머물러 왔다. 그런데 은행 대출 규제 강도가 한창 높아졌던 지난해 8월 말 154조원을 넘어섰고 현재까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업계의 대출 확대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부채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보험사 대출이 상대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고객이 보험사를 노크하는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가계부채 관리를 더욱 강화하면서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에 대해 개인별 DSR 규제를 적용 중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대출에는 40%의 DSR이 시행되고 있지만, 2금융권인 보험사 대출에는 10%p 느슨한 50%의 DSR이 적용되고 있다. 그 만큼 은행보다 보험사에서 더 많은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로 인해 보험사 대출에 잠재된 리스크가 확대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은행 대출이 막혀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이 떨어지거나 무리해서 빚을 내려는 차주가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만 집중되는 규제로 인해 다른 금융권까지 대출 리스크가 전이되는 정책 실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