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자숙 끝낸 홍진영 “약으로 버틴 시간들…제정신 아니었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4.18 07:10
수정 2022.04.18 06:42

1년 4개월 만에 신곡 '비바 라 비다' 발표

'표절 논란' 이후 느낀 솔직한 감정 털어내

기획자이자 제작자로서 걸그룹 제작도 준비 중

“쉽게 용기가 나질 않더라고요. 컴백하는 게 맞나 싶었어요.”


논문 표절 논란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컴백한 홍진영은 자신의 본업인 ‘가수’로서의 복귀를 두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확신에 가득 찼던, 밝고 당찬 기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눈에 봐도 야윈 얼굴에 잔뜩 위축된 목소리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논란 이후) 처음 6개월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큰 일이 닥치다 보니 심적으로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런 일이 생기니까 사람도 갈리고…. 상처를 연속적으로 받다 보니 약을 먹어도 잠에 들지 못했어요. 과거에 스케줄이 많아서 잠을 자지 못할 때와는 또 달랐어요.”


컴백을 결정한 이후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건, 여전히 논문 표절에 대한 대중의 날선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논란을 인정하는 과정이 깔끔치 못했기 때문에 그를 향한 비난은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인간 비타민’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던 홍진영은 장윤정, 송가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중성과 팬덤을 두루 갖춘 ‘트로트 여제’로 인정받았다. 트로트 가수로서 사실상 ‘정상’의 위치에 있었다. 그런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낸 건, 2020년 석사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홍진영은 처음 사실을 부인하다가 결국 석박사 학위를 반납했고, 뒤늦게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지만 석연치 않은 입장문으로 도리어 공분을 키웠다. 홍진영은 당시의 행동을 두고 거듭 “후회한다”고 말했다.


“가능하다면, 그 당시 제 말과 행동들을 모두 거둬들이고 싶은데 돌이킬 수 없잖아요. 그 때는 조언을 구할 곳이 없었어요. 제가 인정을 해버리면 대중의 실망감이 클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앞섰던 거죠. 인정하는 게 무서웠어요. 변명하기에 급급했고, 성급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날들, 컴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홍진영의 마음을 돌린 건 조영수 작곡가가 그를 위해 쓴 새로운 곡이었다. 이 곡을 선물 받고 그는 “등 돌린 여론을 풀어가는 게 내 숙제”라고 비로소 논란에 회피했던 과거를 씻고,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홍진영의 마음을 돌린 신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는 라틴 브라스 밴드와 오케스트라 연주로 풀 라틴 밴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라틴 댄스곡이다. 프로듀싱은 ‘사랑의 배터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조영수 작곡가가 맡았고, 홍진영이 조영수와 함께 작사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런 경쾌한 곡으로 컴백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됐어요. 마치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일까봐 분위기상 잔잔한 곡으로 해야 할 것만 같더라고요. 그런데 작곡가님이 제가 처음 가수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게 ‘사랑의 배터리’ 같은 흥겨운 곡이었고,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만큼 신나는 곡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런데 처음 가사를 썼는데 제 기분이 반영된 탓인지 가사들이 굉장히 어둡게 나오더라고요. 최대한 신나게 써보려고 노력했어요.”


‘초심’을 되새기고자 했던 이번 활동에서 홍진영은 ‘음악’에만 집중한다. 자신의 본업인 가수로서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에서다. 활동도 음악에 중점을 둔 방향으로 잡았다. 복귀 발표 이후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예능은 철저히 제외했다. 자신의 신곡을 보여주기 위해 1회 출연을 결정한 SBS ‘인기가요’가 이번 활동의 전부다.


“저는 가수로서 대중들 앞에 무대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사실 쉬면서 가장 힘든 게 무대에 대한 갈증이었어요. 잠을 자지 못하고 스케줄을 다니면서도 공연만 하면 에너지가 쌓였거든요. 무대가 너무 그리워요. 앞으로 활동하면서 신인 때 꾸준히 활동해서 좋지 않은 시선도 좋은 시선으로 조금씩 돌려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천천히 다시 시작할 생각이에요. 저에게 실망하셨던 분들도 저의 꾸준한 모습을 보면 언젠가는 다시 좋아해주시지 않을까요?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홍진영은 가수로서의 활동 외에 애초부터 품고 있었던 기획자이자, 제작사로서의 꿈도 말했다. 현재 계약한 신인도 있고, 계약을 앞두고 미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업계에서 ‘홍진영이 아이돌을 제작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았는데 홍진영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이참에 진짜 3인조 아이돌을 기획하기로 했다는 말도 전했다.


“처음 독립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후배를 키우고 예능을 제작하는 등의 꿈을 꿔왔어요. ‘오렌지 캬라멜’과 같은 콘셉트의 3인조 그룹을 만들어볼까 구상 중이에요. 이미 3명 중 1명은 뽑았고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씩 실현시킬 수 있는 상황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선배로서, 그리고 한 회사의 대표로서 저희 회사에 들어온 게 후회되지 않도록 최대한 서포트를 해주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천천히’라는 말을 입에 담고, 실제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것에 조심스러웠던 그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며 논란을 겪고 바뀐 자신의 모습을 직접 언급하면서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전했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렇게 서서히 거리를 좁혀 나갈 거예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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