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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전미도, ‘서른 아홉’ 통해 얻은 깨달음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4.17 15:45
수정 2022.04.17 15:46

“주변인들과 보내는 시간에 대한 생각 달라져…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공연에서는 좀 더 굵직한 연기들…조금 더 일상적인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삶을 더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전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는 의사를, ‘서른, 아홉’에서는 시한부 환자를 연기한 배우 전미도는 이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촬영 내내 무거운 감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어려웠지만, 이 과정을 겪으며 배우 전미도도, 인간 전미도도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전미도는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연기 선생님 정찬영을 연기했다. 아픔을 겪는 시한부 환자를 연기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미도는 의연하게 아픔을 받아들이고, 이에 맞서는 정찬영의 당찬 성격에 매력을 느꼈다.


“극 중에서 찬영이 상황을 거부한다거나 그런 상황은 없었다. 치료를 받지 않기로 선택하고 남은 시간들을 의미 있게 쓰고자 했다. 어떤 고통스러운 면만 드러나지 않은 점이 좋았다. 그럼에도 찬영이 주변인들에게 췌장암을 밝히는 장면도 여러 번 나오고, 그럴 때마다 심적으로 힘들기는 했다.”


꼭 필요한 장면에서도 감정적인 면이 부각돼 작품이 신파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했다. 특히 췌장암 판정을 받은 이후 주변인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정찬영의 성격에 맞게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극 중에서 찬영이가 자신이 췌장암이라는 사실을 세 번 이야기한다. 세 번 모두 슬프게만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극에서 표현된 찬영의 성격상, 감정을 토해내는 성격은 아니었다. 대본에도 담담하게 표현을 한다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을 단계별로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연기했다.”


이러한 과정을 연기하며 가족, 친구 등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부고 리스트를 직접 작성해 미조(손예진 분)에게 건네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나는 어떤 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렇듯 공감 가는 감정들을 연기하면서 인간 전미도로서 배운 것들도 많았다.


“(내가 찬영과 같은 상황이라면) 미리 인사를 하고 내가 꿈꿔왔던 삶을 한 번쯤 살아갈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남아있다면, 그런 인사를 여러 번 하게 될 것 같다. 고마웠는데, 말을 못 했던 상황이 너무 공감이 됐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런 말을 하는 게 민망하고, 부끄러울 때가 있다. 친구, 가족들에게 표현하지 못한 고마움이 한 번에 생각나진 않을 테니까 생각이 날 때마다 전하고 싶을 것 같다.”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특히 전미도는 전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의사 캐릭터를 연기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연이어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보면서 깨달음을 얻었고, 이제는 주변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됐다.


“‘왜 연속적으로 이런 작품을 하게 됐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사람을 보는 눈, 또는 주변인들을 보는 눈이 좀 달라진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과 보내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나중에 시간 되면’이라고 막연하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당장 내일 만나자, 이번 주 바로 돼?’라며 구체적으로 행동을 하게 됐다.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연기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다.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을 할 때와 달리, 브라운관에서는 한층 섬세한 감정들을 표현하면서 디테일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브라운관 데뷔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후속작 ‘서른, 아홉’에서 무대를 통해 쌓은 내공을 마음껏 발휘하며 호평을 받은 전미도지만, 여전히 성장을 위해 노력 중이다.


“삶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봐야겠다더라. 공연에서는 좀 더 굵직한 연기들을 해야 했다. 무대 언어로 표현을 하다 보니 에너지가 더 많이 담긴다. 브라운관에서는 조금 더 일상적인 것들을 표현해야 했다. 삶을 더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른 이들의 생각을 세세하게 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양쪽을 다 소화하려면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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