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공동정부 파열음? 이태규 돌연 인수위원 사퇴
입력 2022.04.12 02:00
수정 2022.04.11 22:34
'安 복심' 이태규, 갑작스러운 사퇴
내각 인선 安 추천 인사 배제 영향?
인수위 안팎서 '내홍' 우려 목소리
2차 인선·소통 구조 통해 개선 여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복심이자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맡고 있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돌연 직을 내려놨다. 인수위 운영과 초대 내각 인선을 둘러싸고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안철수 위원장 측의 불협화음이 겉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규 의원이 이날 오후 기자들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퇴 의사를 전하자 인수위 내에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인수위 대변인실에서 사퇴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공지문을 통해 "구체적인 사퇴 이유 및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려움을 양해바란다"고 서둘러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배경에 전날 윤 당선인이 발표한 1차 내각 인선 명단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전날 발표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면면에 안 위원장이 추천했던 인사들이 전원 제외됐다고 판단한 이 의원이 직을 던지며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사퇴를 밝히며 "나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저는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한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행정안전부장관 유력 인사로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인사다.
실제 전날 윤 당선인이 발표한 1차 내각 명단을 살펴보면 안 위원장이 추천했던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일각의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특히 인선안이 공개된 보건복지부장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자리에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빠진 점은 의외라는 게 인수위 안팎의 주된 반응이다. 그간 안 위원장은 본인이 과학기술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에 입각해 다양한 인사를 해당 자리들에 추천했고, 실제 안 위원장의 측근인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이 과기부장관 후보자로 사실상 내정됐다는 보도가 쏟아졌던 탓이다.
전날 지명된 이종호 과기부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대선 출마 전 '반도체 과외' 선생님이었으며,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이종섭 국방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는 모두 윤석열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이러한 인선안에 있어 안 위원장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날 인수위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마 윤 당선인 본인이 판단하기에 최적의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겠나"라며 "저는 추천을 해드리고 인사에 대한 결정은 인사권자가 한다. 책임도 인사권자가 지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 말했다.
인수위원장을 맡은 이후 줄곧 "'공동정부' 정신에 의거해서 좋은 장관 후보들을 열심히 추천하겠다"고 강조한 점과 비교해 기류가 다소 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추가적인 내각 인선이 남아있고, 안 위원장도 반드시 자신이 추천한 인사가 지명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겠지만 인수위 주변에서 본격적인 '안철수 누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는데 기분이 개운할 리 없다"며 "자칫 큰 내홍으로 번져 인수위 체계가 흔들릴까 걱정"이라 바라봤다.
이처럼 일각에선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관계가 이대로 평행선을 달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내각 인선 뿐 아니라 안 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 추진했던 정부 조직 개편 문제도 윤 당선인의 취임 후로 연기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 2차 내각 인선과 남아있고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사이의 소통 환경이 닫혀있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 의원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취재진과 만나 "오늘 오전에도 안 위원장과 한시간 정도 소통했고, 이야기를 잘 하고 있다"며 "이태규 의원과 나도 이 정권 창출에 무한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두 사람 간 신뢰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의원에게 연락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