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와국' 두 개로 분열된 자아, 조국 만의 문제일까 [김하나의 기자수첩]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2.04.12 05:12
수정 2022.04.13 08:29

진보 학자로서 자아는 조 선생님, 그가 비난했던 행동을 하는 자아는 '국XX'로 불려

자아분열 이유는 태생적인 강남 좌파의 한계…몸은 기득권, 의식은 프롤레타리아적

서민들은 가재·붕어·개구리로 살라면서 어떤 편법을 써서든 용되려는 진보 정치인들

'조국의 강' 건너려면 분열된 자아를 일치시켜야…최소한 극단적 이중성은 없어야

'조와국'. 인터넷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부르는 별명 중 하나로, 두 개의 분열된 자아를 비꼬는 표현이다. 과거 진보적 학자로서 말했던 자아는 '조 선생님', 전직 법무부 수장으로서 실제 말과 일치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자아는 '국XX'로 불린다. 조 선생님이 비난했던 행동을, '국'이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조 선생님은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했지만 '국'의 딸은 달랐다. 조민 씨는 외고를 다니면서 외국어와 상관없는 의사가 되기 위한 스펙을 쌓았다.


조 선생님은 "논문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말했으나, '국'의 딸은 고등학교 시절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선생님은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지만, 56억원의 자산가 '국'의 딸은 '유급'에도 6회에 걸쳐 장학금을 챙겼다. 조 선생님은 분명 폴리페서들은 사직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 오랜 기간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이 '조와국'으로 자아가 나뉘게 된 원인을 두고 태생적인 강남좌파의 한계라는 지적이 많다. 강남좌파는 몸은 상류층 기득권 집단에 속해 있지만, 의식은 프롤레타리아적인 사람을 말한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강남좌파의 위선에 대해 "사춘기 소년 소녀적 인식"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자신의 이념을 치열하게 실천해본 사람들은 성찰이 일어나고,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이해가 깊어지는데, 강남좌파들은 직접 실천해본 적이 없이 세상 물정 모르는 사춘기의 적대적 분노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비판하면서 돈을 벌고 누릴 것은 다 누리는 것이 오늘날 진보 정치인들의 행태로 지적받고 있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임차인을 보호하는 임대차 3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자기가 임대한 아파트의 전세금을 14.1% 올렸다.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시기 10억원의 대출을 받아 흑석동 재개발 지역에 25억원대 상가건물을 샀다. 서민들에겐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라면서 자신들은 편법을 써서 용으로 둔갑하려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세간의 시선이 조 전 장관의 삶과 말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다고 쏘아붙이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극단적인 이중성은 없어야 한다는 상식차원의 지적에 가깝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 선생님께서 세워놓은 걸 국XX가 망치는 것", "국 네이놈! 어서 조 선생님 몸에서 나오거라"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현재까지 조 전 장관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찾아보기가 어려워 보인다. 조 전 장관 측은 부산대와 고려대가 조민씨의 입학을 취소시킨 데 대해 "생활기록부가 입시 당락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거나 또는 그 인과관계가 판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생활기록부를 근거로 입학을 취소하여 결과적으로 의사면허를 무효로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부당한 처분"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또 다시 조 선생님이 남긴 9년 전 글이 회자되고 있다. 조 선생님은 2013년 10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현정이 뉴스쇼에서 한 말. '수능 시험장에서 여러 명이 스마트폰 들고 들어가 조직적으로 부정행위 하다가 들키니, '100문제 중에서 1문제만 했으니 시험 결과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하다'며 악을 쓰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글을 남겼다. 100문제 중 1문제에 대해서만 부정행위를 했더라도 부정행위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국'이 분열된 또 다른 자아와 마주하기를 바랄 뿐이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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