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OTT 타고 소환되는 옛 예능…반가운 부활과 부적절한 재탕 사이
입력 2022.04.01 08:52
수정 2022.04.01 08:55
쿠팡플레이 통해 성공적 부활한 ‘SNL 코리아’
티빙 ‘마녀사냥’ 오리지널 제작 예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이 과거 인기 예능, 드라마를 리메이크 또는 리부트 하며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전에 방송되던 때와 달리 한층 과감한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콘텐츠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다만 막장, 선정성을 이유로 외면받았던 작품을 소환해 부정적 요인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지에 대한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tvN에서 시즌9까지 방영됐던 ‘SNL 코리아’ 시리즈가 폐지 4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해 9월 쿠팡플레이를 통해 리부트 된 ‘SNL 코리아’는 한층 독해진 정치 풍자와 19금 개그를 선보이며 현재 두 시즌째 사랑을 받고 있다.
tvN 방송 당시 시즌을 거듭할수록 초반 보여줬던 풍자의 날카로움과 개그의 재기발랄함이 줄어들며 기존 팬들의 외면까지 불렀던 ‘SNL’ 시리즈지만, 이번에는 수위의 자율성이 있는 OTT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며 팬들과 대중들을 모두 아울렀다.
대선 기간에는 각 후보들의 논란 등을 직접적으로 비꼬며 카타르시스를 유발하기도 하고, 유튜브 BJ들의 선정성도 과감하게 패러디하는 등 ‘SNL’ 시리즈의 핵심인 풍자의 재미를 살린 것이 화제가 되면서 부활의 의미를 증명했다.
지난해 카카오TV는 1999년도부터 2014년까지 방영됐던 KBS2 ‘사랑과 전쟁’ 시리즈를 7년 만에 부활시켰다.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사랑과 전쟁’을 다시 보며 매운맛 사연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늘어나자, 이것이 아예 새로운 시즌 부활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즌 ‘NEW 사랑과 전쟁’은 긍정적인 사례가 되진 못했다. 당시 불륜, 고부 갈등을 비롯해 막장에 가까운 사연들을 선보이며 꾸준히 비판을 받아온 ‘사랑과 전쟁’의 자극성만을 그대로 옮겨오며 재소환의 의미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컸다.
물론 딩크 부부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내는가 하면, 학교 폭력과 집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들이 등장해 최근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아우르려 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해당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그들의 갈등 상황을 극적으로 전개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던 것. 결국 ‘사랑과 전쟁’의 자극적 재미 외에는 어떠한 발전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화제성과 의미 모두를 놓치게 됐다.
현재 티빙은 연애에 대한 화끈한 토크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던 JTBC ‘마녀사냥’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시키겠다고 예고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방송됐던 ‘마녀사냥’은 19금으로 편성된 토크쇼로, 당시 공감 가는 사연과 출연자들의 과감하고 솔직한 연애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낮져밤이’, ‘그린라이트’ 등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관심을 받았었다.
다만 이 프로그램 역시도 당시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흥미 위주의 사연들이 담기기 시작했고, 출연자들 역시도 지나치게 편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게스트를 성희롱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까지 했었다.
티빙은 ‘마녀사냥’의 부활을 알리며 “OTT 플랫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더 솔직하고, 더 다양하게, 더욱 매운 맛으로 기다려온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라고 예고했으나, 적절한 변화를 통해 프로그램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자극적 요소로 다시금 이목을 끄는 부적절한 재탕이 될 수도 있다. OTT의 이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