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책 우선순위, 일자리‧미중외교‧가계부채"…4대 학회 조사
입력 2022.03.31 09:01
수정 2022.03.31 09:02
대한상의 후원 4대 학회 심포지움 열려
'규제개혁 독립부처 신설', '우물파는 리더십' 등 제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대 학회 교수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점추진과제로 일자리와 미중외교, 가계부채 등을 꼽았다.
한국경영학회·한국경제학회·한국정치학회·한국사회학회는 31일 대한상공회의소 후원으로 4대 학회 심포지움을 열고 새 정부의 중점추진과제 7가지를 소개했다.
4대 학회가 1084명의 학회원(교수,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요도’를 물어 도출한 중점추진과제는 ▲좋은 일자리의 지속가능한 창출(96.3%) ▲미‧중 경쟁시대에 적합한 외교정책 추진(95.9%) ▲경제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94.5%)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93.6%) ▲출산율 저하 및 인구 고령화 대응 정책 ▲공교육 내실화(92.8%) ▲청년‧청소년의 다양성 존중과 삶의 기회 증진(91.8%) 순이었다.
국내 사회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4대 학회가 공동으로 새 정부가 지향할 방향성을 제언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축사(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대독)와 함께 박병석 국회의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한상만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대한민국이 지난 60년동안 고도 성장을 통해 G10 선진국에 진입했는데, 이번 신정부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정목표와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첫 번째 정부로서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잘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윤석열 정부가 잘할 것 같은 정책은 무엇인가(2개 복수응답)를 물은 질문에 학계는 노동시장 유연화(39.0%)가 1순위로 꼽혔으며, 다음으로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정부의 역할 강화(30.2%), 국가채무 안정적 관리(24.3%),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통상 활성화(21.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잘 못할 것 같은 정책으로는 소득 불평등 축소(49.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26.8%), 출산율 저하 및 인구 고령화 대응(17.9%) 등이 지목됐다.
한국경제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따른 민간기업의 혁신 유인 감소(31%),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21%), 노동시장 경직성에 따른 생산요소 배분의 왜곡(16%)으로 정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혁신을 촉진할 세제개혁 및 금리정책(30%), 창조형 인적자본 축적을 위한 재산권 보장 및 교육제도 개혁(28%), 노동시장 안전망 확보와 더불어 기업고용의 유연성 증대(16%)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그나마 바람직한 길로 가고 있는 주체는‘기업’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각 분야별로 대한민국이 바람직한 길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학계는 전 분야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분야별로 기업에 높은 점수(-16.9%p)를 주었고, 다음으로 문화․교육(-21.4%p), 외교․안보(-23.6), 경제(-34.6), 사회(-40.7), 정치(-65.0) 순이었다.
규제개혁 해법도 제시됐다. 이날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는 공무원들은 매우 많지만 규제를 없애는 것을 자신의 본업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규제가 늘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개혁 요구가 들어오면 해당 부처 공무원이 일차적으로 검토하고 위원회에 상정하는데 어떤 공무원이 자기 부처 밥그릇 깨뜨릴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현재 포지티브식 규제에서 포괄적 네거티브로 근본 틀을 바꾸고, 부총리급의 규제개혁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지출을 위해 일부 점진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GDP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2.2%로 OECD 38개국 중 네 번째로 낮은 상황이다.
박 교수는 “복지 증진을 위한 재원은 항구적인 지출이므로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우물 파는 리더십’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를 3불 사회로 규정했다. 눈높이에 비해 현실은 ‘불만’, 과거 경험에 비춰 믿을 곳 없는 ‘불신’, 취업과 내집 마련, 자녀교육,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뒤집는 차별화만으로는 곤란하다”며 “장기적 목표를 제시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이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요한 우물을 파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상공회의소 후원으로 31일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대한상의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됐고, 유튜브 채널로도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