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불륜 미화·미성년자와의 연애…‘논란’ 자처하는 안방 드라마들
입력 2022.03.25 14:01
수정 2022.03.25 09:32
‘서른, 아홉’·‘스물다섯 스물하나’, 과한 설정으로 실망감 유발
불륜을 절절한 로맨스처럼 그려내 ‘불륜 미화’라는 지적을 받는가 하면, 성인과 미성년자가 사랑을 싹 틔우는 과정을 애틋하게 그려내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안방극장 드라마들이 과한 설정으로 연일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는 로맨스 드라마다. 그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일까지.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공감을 유발하는 드라마였지만, 초반부터 정찬영(전미도 분)과 그의 오랜 연인 김진석(이무생 분)의 로맨스가 문제가 됐었다.
정찬영과 김진석은 20대에 사귀다 헤어진 사이이며, 김진석은 현재 결혼해 아이까지 있지만 두 사람이 여전히 애틋한 감정을 나누고 있었던 것. 김진석은 정찬영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부터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방송 초반까지만 해도 유부남과의 관계를 놓지 못하는 찬영을 향해 비난을 가하며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던 차미조(손예진 분) 역시도 찬영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선 두 사람을 응원하는 등, 전개가 거듭될수록 그들의 관계가 절절해지면서 ‘불륜 미화’라는 비난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어른들의 로맨스를 다룰 때는 흔하게 불륜이 소재로 쓰이곤 한다. 지금도 중, 장년층을 겨냥하는 주말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를 비롯해 각종 막장 드라마들이 불륜을 통해 어른들의 사랑을 표현하고, 또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때로는 부부 관계에 대해 역으로 고찰해보는 계기를 마련하며 소재를 새롭게 활용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제는 이러한 변주들도 수차례 반복된 탓에 ‘식상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것은 물론, ‘서른, 아홉’이 불륜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끌어내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찬영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후 각종 장치들을 활용해 그들의 사랑을 절절하게만 포장하며 미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 결국 ‘서른, 아홉’은 이미 시청자들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던 스토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그치며, 논란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초반 호평받던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고등학생 나희도(김태리 분)와 성인 백이진(남주혁 분)이 서로에게 힘을 주며 우정을 나누다가 결국 이 감정이 사랑으로 이어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시청자들은 나희도가 성인이 된 이후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 미성년자 시절부터 로맨스 감정을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일 방송에서는 19살 나희도가 백이진의 집에서 함께 새해를 맞는 모습이 그려진 가운데, 새해까지 4초를 남겨놓고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본격적인 연애는 나희도가 성인이 된 이후 시작되겠지만, 나희도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백이진과 애틋한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 것은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연애를 미화하고, 정당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그루밍을 포함한 미성년자 성착취 등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설정이 자칫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드라마 속 내용이 범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범죄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관계를 그려나갈 때는 더욱 책임감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논란일지도 모른다. 지난 2017년 방송돼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도깨비’ 역시도 남자 주인공이 939살의 도깨비로 설정이 되기는 했으나, 여자 주인공이 미성년자이던 시절부터 멜로가 시작됐었고 지난해 tvN 종영한 드라마 ‘멜랑꼴리아’에서도 미성년자 학생과 스승 간의 사제 관계를 뛰어넘는 멜로를 그려낸 바 있다. 이미 다수의 작품들이 반복해온 설정이기도 했던 것.
그러나 이전에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 흐름에 발을 맞추지 못하는 작품들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