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1년] 뚜렷해진 ‘소비자 보호’ 명암…비대면 규제 마련 등 과제
입력 2022.03.24 06:00
수정 2022.03.23 11:48
지난해 업권별 민원, 전년比 감소
현장서 상품 가입 시간 여전히 길어
비대면 금융 대비…규제 보강 필요
지난해 3월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1년을 맞았다. 은행업계와 보험권 등 금융권 전반적으로 금소법의 순기능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영업 현장에서는 설명 의무 강화로 인해 상품판매 시간이 길어져 오히려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비대면 금융에 적합한 규제 등 여전히 보완해야 될 점들이 많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순기능’ 효과…소비자 보호 강화·민원 감소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6대 판매규제 적용 대상을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사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앞서 은행권에서는 소비자 권리를 위해 조직정비와 임직원 교육을 강화했고, 보험업권에서는 내부조직과 영업관리에 집중했다. 증권사들도 각 사별로 소비자 보호조직을 재정비 하는 등 금소법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실제 업권별로 소비자 민원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시중은행 5곳과 인터넷은행 2곳의 총 민원 수는 1895건으로, 전년의 총 민원 수(2544건)에 비해 26%(649건) 감소했으며, 생명보험사 평균 민원도 전년동기 대비 8.3% 줄었다. 증권사 역시 총 2342건의 민원을 받아 전년 동기(2524건) 대비 7.21%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금소법 시행 전후 업권별로 자구책 마련을 강화했고, 그 결과 소비자 보호는 물론 불완전판매 요인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 또한 금소법 시행으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이전보다 강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 안착을 위해 애로사항 등을 실무에 반영하며 노력한 결과 현재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크게 향상된 부분은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 또한 “광고 규제 강화로 인터넷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 무분별하게 행해지던 온라인 보험 영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상품 판매 환경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과거처럼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사탕발림식의 영업행태는 크게 줄었고, 그 결과 소비자 민원도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 과제 산적…‘비대면 금융’ 적용 실효성 의문
업계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설명 강화 의무로 상품 가입 시간이 길어지는 등 현장에서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 관계자는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녹취 의무화로 1시간 가까이 소요되는가 하면 9년 전 5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예금 통장 개설이 지금은 30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판매 시간이 오래 걸려 현장에서는 민원 등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소법 제도를 악용한 블랙컨슈머로 인해 업무 피로도가 쌓인다고 하소연 한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 신규 대출을 받은 뒤 청약철회권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 달 보험료가 몇 만원 수준의 소액 보험 상품과 수 억원의 자산이 들어가는 펀드에 동일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배상 책임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과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이슈 및 금융투자판매 규제 강화 등으로 영업이 위축될 가능성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금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금융상품 시장의 비대면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향후 금융소비자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형식적으로는 불완전판매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면 채널 중심으로 기술돼 있는 금융상품 판매규제의 실효성은 물론 금융사외 플랫폼 기업 간 이해상충및 불공정 경쟁 규제 미흡으로 인해 소비자 보호가 취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소비자가 비대면 채널에서도 대면 채널에서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받고 관련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 판매규제를 보강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