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계엄령] 한은 통화정책도 '초비상'…금융시장 안정에 '총력'
입력 2024.12.04 15:07
수정 2024.12.04 15:14
임시 금통위 열고 불안 관리 나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적극 조치"
'단기유동성 공급' 비정례 RP 매입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 선포 후폭풍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은은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관련 조치를 적극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날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비상계엄 관련 혼란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이날부터 단기 유동성 공급을 위한 비정례 RP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RP 매입은 일정 기간 후 해당 채권을 되파는 것을 조건으로 채권을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한은이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하면 그만큼 돈이 풀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은은 “전날 밤 비상계엄 직후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가 해제 이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시장이 안정화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충분한 기간을 두고,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규모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RP 매매 대상 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권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 등을 추가하기도 했다. 한은이 다양한 종류의 증권을 받아줄수록 금융기관의 유동성 확보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대상기관도 국내 은행·외은 지점 전체와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전체, 한국증권금융까지 넓혔다. 증권사의 경우도 기존 대상 증권사가 아닌 투자매매업자 및 투자중개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했다. 모든 증권사가 RP 대상 기관에 포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자기발행 및 관계회사 발행채권은 대상 증권에서 제외된다. 한은은 이런 대상 및 기관 확대 조치가 2025년 2월 28일까지 유지된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추후 필요에 따라 전액 공급 방식의 RP 매입을 실시하고, 국고채 단순 매입과 통화안정증권 환매 또한 충분한 규모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임시 금통위 이후 설명회에서는 현재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임시 금통위 이후 설명회에서 “RP매입 충분한 규모와 실시 만기도 충분한 기간으로 실시하겠다”면서 “시장 심리가 안심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자금 지원 요청을 해 온 기관은 없었다”면서 “시장 불안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외화 RP 등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가능성을 열어 놨다. 환율이 큰 폭으로 변하면 다양한 안정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윤경수 국제국장은 “지금까지는 외화 유동성 지표에서 특이한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환율도 오늘 장이 열린 후로는 미 달러화 가치 변동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외화유동성 시장 상황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자금시장 경색 우려도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박종우 부총재보는 “현재 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당시나 2022년 채권시장 불안 때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인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어 시장 불안이 그때보다는 작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매일 오전 오후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 회의를 소집해 시장 상황을 계속 점검해나갈 것”이라며 “한은의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금통위는 “우리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강건한 대외건전성으로 시장심리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융·외환시장 상황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추가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