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결도 윤성녈도 아닌 윤-석-열이 옳다
입력 2022.03.15 01:01
수정 2022.03.15 07:00
방송 진행자, 정치인, 언론인들 일부 발음 잘못
한 나라에 異名 대통령이 최소한 3명 존재
이름은 연음법칙 대신 한 자 한 자 읽는 원칙 세워야
윤석열 본인도 발음을 윤-석-열이라 하지 않는가?
행주 기씨(幸州 奇氏)는 삼한갑족(三韓甲族)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성씨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인구는 3만 명이 채 안 된다.
조선의 성리학자 기대승, 민주당 국회의원 기동민, 청와대 방역기획관 기모란, 야구 선수 기세봉, 축구 선수 기성용, 요절한 시인 기형도 정도가 다른 성 가진 사람들이 기억하는 기씨 성 소유 유명인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몇 안 되는 기씨가 우리 귀에 들리는 성씨로는 절대 희성(稀姓)이 아니다.
기명삼(김영삼)도 있고, 기며나(김연아)도 있고, 기명희(김영희)도 있고, 기른정(길은정)도 있으며, 기로균(길옥윤)도 있어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식의 이름 발음은 매우 잘못 된 것이며 본래 성씨와 잘못 발음된 성씨에 대한 모욕이다.
YS 김영삼(金泳三)은 김녕(金寧) 김씨지 기씨 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자 발음에는 연음법칙(連音法則, 앞 음절의 받침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식 형태소가 이어지면, 앞의 받침이 뒤 음절의 첫소리로 발음되는 음운 법칙)이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가리(물갈이)나 서걍(석양) 같은 일반 단어들을 연음법칙으로 발음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보통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문맥으로 충분히 원래 철자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이름은 그 사람만 그 철자를 갖는 고유명사이기에 연음법칙에서 예외가 되어야만 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름자 발음에 관한 통일된 원칙이 없는 데다 한글 전용이 된 지 오래돼 연음법칙으로 성명을 함부로 바꿔서 부르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요즘 대표적인 예로 날마다 여러 개가 들리는 이름이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이다.
방송 아나운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정치인, 인터넷 방송 논객들이 윤석열을 어떻게 부르는지 들어봤더니 거의 절반이 ‘윤서결’이라 하고 있다. 일부는 ‘윤성열’, ‘윤성녈’이라고도 부른다. 국립국어원은 ‘법칙상(연음법칙) 윤서결이 자연스럽지만 본인이 원하는 발음으로 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필자는 이런 무원칙을 정리해서 순리에 맞게 이름자 발음에 관한 특별한 법칙을 세우도록 요구한다.
왜 그러는가? 윤석열은 윤석열이지 윤서결도 윤성녈도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한자로 주석 석(錫)에 기쁠 열(悅) 자를 쓴다. 이 ‘석열’이 ‘서결’이나 ‘성열’, ‘성녈’이 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고, 그러면 이름을 잘못 부르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이 정치에 막 입문했을 때 한 인터뷰에서 자기 이름은 ‘윤석열’이라고 부른다(불러달라)고 말한 걸 읽은 적이 있다. 윤석열의 부친 윤기중 교수가 아들 이름을 지어놓고 “석열아!”라고 불렀을 것이기에 윤석열은 어려서부터 ‘윤석열’로 알고 급우들도 그렇게 불러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윤서결’이라고 불러대고 있다. 이건 한국인의 한자로 된 이름 발음(漢字를 한 자 한 자 발음해주는 것)으로도 안 맞거니와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다. 그는 자기 이름이 윤-석-열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생전에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그의 평생 정치 라이벌이자 동지인 YS를 부를 때 언제나 ‘기명삼씨’라고 불렀다. 김영삼을 기명삼이라고 한다고 해서 김영삼이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니니 김영삼은 뭐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와 같은 전라도 사람들은 이름자 발음에 연음법칙을 습관적으로 적용한다. 그래서 김영삼이 기명삼이 되고, 김영환이 기명환이 되고, 전여옥이 저녀옥이 되어버린다. 전 국회의원 김영환과 전여옥에게 물어 보라! 자기 성이 기씨, 저씨가 되고 이름이 명환, 녀옥이 되어도 좋은가를…….
아니다. 그들은 분명하게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김-영-환(또는 김녕환), 전-여-옥(또는 전녀옥)이라고 발음한다. 우리는 그러면 그렇게 불러주는 게 예의다.
그녀의 스케이팅 기술에 꼭 어울리는, ‘연아’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부모로부터 받은 김연아는 ‘기며나’가 아니라는 것을, 혹시 그동안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 기회에 숙고해보기 바란다. 임영숙을 이명숙이라고 하면 성이 이씨고 이름이 명숙이 되는 것이니 이러면 틀리는 것이라고, 국가 기관이나 공영방송에서 확실히 바로잡아줘야 할 때가 됐다.
허으나(허은아), 바경수(박영수)도 마찬가지다. 전 국회의원 윤희숙을 ‘유니숙’으로 부르면 성도 바뀌고 이름도 이상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유니숙 발음은 정확하게 불러주지 않는 게으름이자 무식을 드러내는 소치이기도 하다.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은, 윤-석-열 단 한 사람이다. 3명의 이명(異名), 즉 윤서결, 윤성열, 윤성녈은 20대 대통령이 아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