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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 이시바의 고향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10.19 10:07 수정 2024.10.19 10:08

[일본에서 찾는 고향사랑기부제 성공⑨]

요즘 일본의 신임 이시바 총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시바 총리의 남다른 행보와 더불어, 그의 출신지인 돗토리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돗토리현은 일본 내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수가 작은 지역이다. 돗토리 해안사구나 명탐정 코난, 지역 특산물인 꽃게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구수가 적으니, 시장도 작아서, 돗토리현은 소득이 낮은 도시로 인식되기도 한다.


2024년 일본 전국 47개 도도부현의 최저임금 랭킹. 돗토리현은 33위.ⓒ잡메들리.com 홈페이지 https://job-medley.com/tips/detail/941/

일본은 운전면허시험을 합숙학원에서 배우곤 하는데, 돗토리현이 전국에서 가장 저렴해서 인근 지역에서 사람이 몰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또, 최저임금도 957엔으로, 가장 높은 도쿄의 1,163엔보다 약 200엔 낮다. (가장 낮은 최저임금을 주는 지역인 아키타현, 오키나와현보다는 5~6엔 많다)


작년 한 해 모인 일본 고향납세 도도부현 랭킹에서도 돗토리현은 41위로, 39위인 도쿄도보다 적은 기부금이 모였다. 그런데 이런 돗토리현이 2022년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바로, 도도부현 모금액 랭킹 7위 사가현이 시행 중인 ‘NPO지원형 고향납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기부토리(기부+돗토리의 합성어)’라는 별칭으로 시작된 이 사업의 정식 명칭은 ‘지속 가능한 지역 만들기 단체 지원 기부금 제도’로, 고향납세를 통해 돗토리현 내의 NPO법인이나 주민 단체 등의 지역 만들기 단체를 응원하는 제도이다.


돗토리현 기부토리 공식 설명ⓒ돗토리현 홈페이지(https://www.pref.tottori.lg.jp/303522.html)


돗토리현에서는 제도 신설 2년 차인 현재까지 63개의 지역 만들기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는 이 제도를 만든 사가현이 제도 시행 4년 차에서야 달성했던 수치이다. (*사가현은 현재 제도 시행 10년 차이며, 2022년 기준으로 113개 단체가 참여 중임)


돗토리현의 이러한 성장과 도전에는 적극행정의 힘과 민관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선, 돗토리현은 NPO지원 고향납세를 최초로 시작한 사가현에 직접 방문하고 여러 차례 조언을 구하며 해당 제도를 선진적으로 도입했다. 사가현의 NPO 지원형 고향납세의 담당과 (현민협동과)의 공무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사례를 보러오는 지자체는 수없이 많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기 때문에, 실제로 시행하는 지자체는 드물다. 이 중에서도 돗토리현은 매우 적극적으로 제도 도입의 의지를 보였다.’고 전한다. ‘돗토리현은 비교적 낮은 고향납세 모금액 실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절박함이 있어,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돗토리 NPO지원형 고향납세로 후루사토초이스AWARD 입선 ⓒ 후루사토초이스AWARD 홈페이지 (https://award.furusato-tax.jp/2022/entry/65)



하지만 이는 단순히 ‘모금액을 늘리고 싶다.’라는 것이 아닌, ‘지역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 라는 지자체 담당자의 마음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제도 시행 2년 만에 60여 개의 지역 내 다양한 NPO와 주민조직들이 이 제도에 참여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이 배경에는 지자체 담당자의 강한 의지와 설득 노력이 그 바탕에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적극행정을 진행한 지자체, 그리고 그에 응해준 NPO 등 민간 단체 이외에도, 돗토리현이 제도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의 힘이 컸다. 이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모금 플랫폼 내에서, NPO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본인들의 프로젝트 페이지, 답례품 페이지 등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한데, 그 자율 권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자체가 이용하고 있는 마이페이지가 아닌, NPO용의 별도 페이지 개발이 필요하다.


후루사토초이스는 일본 내 30여 개의 민간플랫폼 중 유일하게, 이러한 구조를 자체 부담으로 개발하여 지자체에 제공하는 민간플랫폼이다. 일본 내 최초의 민간플랫폼으로서, 고향납세제도 본연의 취지 달성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제언을 하고, 지역 과제를 응원하는 모금형태인 GCF(Government Crowd Funding)를 최초로 개발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 민간플랫폼은 한 경력단절 여성이 창업한 사회적기업 성격의 ㈜트러스트뱅크가 운영 중인 플랫폼으로, 라쿠텐,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민간플랫폼과는 달리 지역 활성화에 진심인 기업이다.



돗토리현의 지역공원을 지키는 GCF 프로젝트, 3개월만에 1,372명이 1억 5천만원을 모금 ⓒ 후루사토초이스GCF페이지 (https://www.furusato-tax.jp/gcf/3013)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민간플랫폼이 있다. 작년부터 광주 동구, 전남 영암 등과 함께 협력하며 지자체의 과제해결을 위해 지정기부를 통한 모금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위기브(WEGIVE)’이다. 중앙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짧은 기간 동안 모금했는데도 불구하고, 광주 동구의 경우에는 고향사랑e음에서 동일 기간 대비 모금 성과가 약 4배 가까이 높았다. 이 플랫폼 역시 지역 기반의 지속가능관광,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대응 등과 관련한 지역문제 해결을 통한 활성화 사업에 진심인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최초의 민간플랫폼 ‘위기브 (WEGIVE)’ ⓒ 위기브 홈페이지 (https://www.wegive.co.kr/)

한국은 제도가 시행된 지 거의 2년여 만에 민간플랫폼 개방을 앞두고 있다. 어려운 한 걸음을 내딛었지만, 아직도 규제는 존재한다. 민간플랫폼 운영 내용에 대한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등 민간플랫폼과 지자체의 자율성이 여전히 제한되는 형태로 규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본의 고향납세 시장이 2008년 시행 당시보다 약 140배 가까운 규모로 성장하고, 매년 모금액이 전년도 금액을 갱신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일본 총무성(고향납세 제도의 소관 부처)이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지자체와 민간플랫폼의 자율적 권한을 보장하고,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부분만 최소한으로 규제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방을 살리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의 근본 취지가 바래지 않도록, 하루빨리 지방정부와 민간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 권한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되기를 기대한다.


이연경 페어트래블재팬 법인장admin@fairtraveljapan.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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