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이토록 섬세한, 박은태의 ‘지킬앤하이드’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3.13 12:00
수정 2022.03.13 12:01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타고난 미성과 폭발적인 성량, 섬세한 연기력. 여기에 노력까지 더해졌다. 뮤지컬 배우 박은태의 이야기다. 박은태는 타고난 실력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성실한 배우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들 역시 매 순간 성장을 거듭한다.


지난달 26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2차 라인업 공연에서도 박은태의 ‘지킬/하이드’는 이전보다 더 섬세해졌다. 그는 2014년 연의 10주년 공연에서 10번째 지킬로 작품과 처음 연을 맺고, 지난 2018~2019 시즌에 이어 올해까지 세 번의 시즌 동안 함께 하고 있다.


극중 의사인 지킬은 인간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려 하고, 임상실험을 위해 자신이 발명한 약물을 스스로에게 투입한다. 이후 ‘헨리 지킬’과 ‘에드워드 하이드’를 오가는 양면성이 극대화된 1인2역을 박은태는 줄곧 무리 없이 해낸다.


미성이 장점인 박은태가 만든 ‘헨리 지킬’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예컨대 이 작품의 대표 넘버인 ‘지금 이 순간’은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이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박은태는 이 부분에서 순수함, 두려움과 함께 불안감까지 보여준다. 약물 투입 후 결과를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해하는 작은 떨림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이 작품에서 박은태의 가장 큰 강점은 변화무쌍한 목소리다. 이 기량이 절정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지킬과 하이드가 몇 초 간격으로 번갈아 대립하는 ‘나와 나’(Confrontation) 넘버에서다. 미성으로 각인됐던 박은태의 보컬은 평소 찾아보기 힘든 굵직한 음성으로 돌변, 두 캐릭터가 극명히 대비되면서 양면성이 도드라진다.


박은태는 2007년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데뷔한 이후 ‘프랑켄슈타인’ ‘엘리자벳’ ‘모차르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팬텀’ ‘스위니 토드’ ‘킹키부츠’ 등 대형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주로 가창력으로 실력을 인정 받아왔다.


물론 앞선 작품들을 통해서도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잇따랐지만 ‘지킬앤하이드’는 박은태의 섬세한 연기력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통한다. 지킬의 순수함과 불안감을 표현할 때는 어린 아이 같은 미소를, 분노에 가득찬 하이드를 표현할 때는 얼굴의 주름들을 미세하게 구겨대면서 기괴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또 손가락 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감정을 싣는 것도 인상적이다.


한편 오디컴퍼니의 20주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총 6개월이 넘는 장기 공연으로 꾸며진다. 이에 따라 1차와 2차 캐스팅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차 라인업 공연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26일부터 2차 라인업 배우들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차 라인업에는 박은태를 비롯해 카이, 전동석이 ‘지킬/하이드’를 나눠 연기하고 ‘루시’ 역에 선민·정유지·해나, ‘엠마’ 역에 조정은·최수진·이지혜가 무대에 오른다.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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