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박해준, ‘아직 최선’으로 전하는 위로
입력 2022.03.06 10:49
수정 2022.03.06 10:49
“어두운 역할, 불륜 캐릭터도 연기했지만 나를 열어두고 연기를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남금필 인생과 성장과정 보며 위안을 받으셨으면…‘이 드라마는 참 좋았다’는 말 들으면 최고일 것.”
‘부부의 세계’의 지질한 불륜남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배우 박해준이 이번에는 짠내 나는 백수로 돌아왔다.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울 만큼 제대로 망가진 박해준이지만,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속 남금필을 통해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박해준의 목표대로,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남금필은 현실적인 모습으로 공감을 유발하고, 때로는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끌어내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44춘기 자발적 백수가 웹툰 작가의 꿈을 안고 자신만의 속도로 ‘갓생’(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의 ‘생’을 합친 신조어. 다른 이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함)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다.
박해준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웹툰 작가를 꿈꾸는 남금필 역을 맡았다. 지질하고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며 답답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현실적으로 표현돼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전작인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뻔뻔한 불륜남에 이어 이번에도 다소 지질한 모습을 보여주게 됐지만, 박해준은 작품을 믿고 출연을 선택했다.
“‘부부의 세계’처럼 지질한 인물이던, 남금필 같은 인물이던 어떤 틀에 가두지 않고 선택을 하는 것 같다. 작품이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결정을 한다. 이번에는 역할로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전을 해보자’,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에 정돈되지 않은 더벅머리 등 남금필의 ‘짠내’ 가득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박해준은 많은 것을 내려놨다. 편하게 먹으며 살을 찌우는가 하면, 쌩얼에 가까운 얼굴로 자연스러움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걱정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신나게 했다. ‘재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두운 역할도 하고, 불륜 캐릭터도 연기했지만 나를 열어두고 다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물론 전체적인 걸 보며 내가 잘 가고 있는지도 확인을 해야 한다. 고민도 했지만 그럴 때는 감독님께서 ‘무리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 더 해보겠다’며 더 즐겁게 하곤 했다.”
다만 일부러 무언가를 시도하기보다는 대본엔 표현된 남금필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남금필의 평범하고, 현실적인 면모를 배가시키기 위함도 있었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는 박해준의 평소 가치관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운 좋게 여러 역할을 맡았고, 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늘 부끄럽다. 배우로 잘 해냈다는 평을 받았을 때 그런 마음을 느낀다. 평소 내 안에서 인물을 이해하고, 편한 상태에서 연기를 하려고 한다. 억지로 만드는 건 싫어한다. 남금필도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보는 사람에게 ‘진짜’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뭔가를 만들어서 하면, 불편해지고 과장돼 보일까 봐 걱정을 하는 편이기도 하다.”
남금필도 있는 그대로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다. 가끔은 철이 너무 없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남금필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면모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여겼다. 이렇듯 남금필의 다양한 면모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고 있다.
“43살이 되도록 철이 안 든 인물이다. 여태까지 자기만 생각하고 살았다면, 이제 와서야 성장을 해나가는 인물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 철이 드는 부분들이 있다. 남금필이 좀 부럽기도 했다. 사회적인 위치는 낮을 수 있으나 자유롭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열심히 살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은 ‘금필이 왜 저럴까’ 싶기도 하겠만, 열심히 살다가 돌아봤을 때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지 않나. 그럴 때 금필에게 했던 말들에 미안함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남금필을 통해 시청자들 또한 위로를 얻기를 바랐다. 강렬한 전개로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작품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여운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박해준이다.
“‘미생’이나 ‘나의 아저씨’와 같은 드라마들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작으로 거론되는 작품들이다. 그때처럼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없을까 생각을 하던 중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남금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위안을 받으셨으면 한다. 모두가 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이 드라마는 참 좋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최고일 것 같다.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