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재탕’ 덫에 빠진 방송가…‘산도녀’가 보여준 가능성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2.22 14:16 수정 2022.02.22 14:17

스핀오프 예능으로 드라마 세계관 잇는 tvN

‘산꾼도시여자들’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새로운 평가

시즌제, 스핀오프, 리부트 등 하나의 IP를 다양하게 변주해 재생산하고, 확대하는 흐름은 이제 익숙하다. 드라마 출연자들이 뭉쳐 하나의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도 점차 흔해지고 있다. 잘만 활용하면 프로그램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세계관을 확장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남발하거나 차별화된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오히려 본편의 매력까지 반감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MBC 드라마의 몇 안 되는 히트작 중 하나였다. 5.7%의 무난한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최종회에서는 3배 이상 오른 17.4%로 종영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장악했으며,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무려 8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종영 직후 이준호, 이세영, 장혜진, 오대환, 강훈, 이민지 등 드라마 출연진들을 발 빠르게 섭외해 2주 분량의 방송을 선보였다. 앞선 출연에서 “시청률 15%가 넘으면 곤룡포를 입고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던 이준호는 ‘라디오스타’에서 기분 좋게 공약을 실행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여기에 MBC는 설 특집으로 스핀오프 예능 ‘옷소매 붉은 끝동 부여잡고’까지 선보이며 드라마의 여운을 이어가고자 했다. 다만 출연진을 모아 드라마 비하인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다소 뻔한 내용으로 채워진 이 특집은 기존에 알려진 에피소드를 재탕하며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드라마 출연자들이 기존 예능에 출연해 드라마 뒷이야기를 나누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에서 파생돼 탄생한 스핀오프 예능의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도 익숙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앞서도 tvN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종영을 하면, 일부 배우들이 ‘꽃보다 청춘’을 통해 예능 시청자들을 새롭게 만난 바 있다. 드라마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드라마 팬에게는 기분 좋은 팬서비스가 되곤 했다. 여기에 출연자들도 이미 촬영 과정에서 다져진 호흡을 바탕으로 예능에서도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줄 수 있었다.


최근에는 타 채널 출연자들까지 섭외하며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넓히려 하지만, 이미 이 방식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신서함을 선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더욱이 시골에서 생활하며 편안함을 선사하는 힐링 예능 ‘삼시세끼’ 시리즈의 익숙한 포맷을 변화 없이 적용하면서, ‘식상하다’는 반응들을 유발하고 있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엄기준, 윤종훈, 봉태규 등이 ‘해치지 않아’를 통해 산촌 생활기를 선보였으며, 현재는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주역들이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본 콘텐츠를 좋아하던 팬들은 출연자들의 새로운 매력을 접하며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단일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 가운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배우 이선빈, 정은지, 한선화가 출연하는 ‘산꾼도시여자들’은 식상해진 스핀오프 예능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고 있다.


우선 이들의 등산기를 다루며 기존 프로그램과 포맷 차별화를 시도했다. 산행에 능숙한 한선화와 초보 정은지, 넘치는 에너지로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 이선빈까지. 이들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기존의 힐링 예능과는 또 다른 다채로운 그림들을 만들어낸다.


물론 연예인들의 등반 과정을 담는 프로그램의 포맷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예계 활동을 하며 겪은 어려움을 산행을 하며 풀어냈다는 한선화가 이 프로그램의 든든한 중심이 되면서 한층 다채로운 재미들이 만들어진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의외의 깊은 고민이 담기기도 하는 것. 출연자 맞춤형 기획이 여느 프로그램들과 다른 새로운 흥미를 만들어낸 것이다.


등산 이후 맥주, 막걸리를 신나게 그들을 즐기는 모습에서는 본 프로그램인 ‘술꾼도시여자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도 했다.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형성된 팬덤을 활용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면 결국 재탕에 그치게 된다. 기존의 세계관을 이으면서도 또 확장하는 시도들이 동반돼야만 활용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꾼도시여자들’은 스핀오프 활용의 정석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