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돌고 돌아 다시 ‘로맨스’…JTBC 드라마, 부진 끝낼까
입력 2022.02.16 14:16
수정 2022.02.16 12:18
박민영·송강 주연 '기상청 사람들' 호평
손예진 출연 '서른, 아홉'도 16일 첫 방송
JTBC 드라마가 오랜 침체 기간을 보내고 있다. 2020년 ‘모범형사’ 이후 내세울 만한 히트작이 없고, 지난해에는 시청률 0%대로 떨어진 작품만 4개에 달하고, 나머지 작품마저도 1~3%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JTBC 드라마의 오랜 부진은 기획·제작의 실패로 보는 시각이 짙다. 실제로 최근 내놓은 드라마의 면면을 보면 작품성에만 치우치거나, 장르의 다양성 등을 내세웠지만 대중성까지 잡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도 있었다. ‘인간실격’은 방황하는 인물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들여다보고, ‘구경이’는 기존의 추적극과 다르게 실험적인 전개를 선보이면서다. 그러나 이들 역시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의 진중함 덕에 짧은 영상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젊은 세대를 모두 아우르진 못했다.
멜로 장르의 드라마들도 무겁게 받아들여지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초까지 방영된 드라마 ‘한 사람만’은 호스피스에서 만난 세 여자가 죽기 전에 나쁜 놈 ‘한 사람’만 데려가겠다고 덤볐다가 삶의 진짜 소중한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휴먼 멜로드라마다. 죽음을 소재로 하는 만큼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반복된 우연과 급격한 전개는 설득력을 잃었다. 이 드라마는 1화에서 약 2.4%의 시청률을 보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4회 만에 0%대 시청률로 떨어진 채 막을 내렸다.
밝은 청춘들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는 여느 청춘 드라마의 포맷을 한 작품도 크게 호응을 얻진 못했다. ‘아이돌’은 실패한 아이돌의 고군분투기를 그면서 매회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작품이 주는 최종의 희망적 메시지는, 잇따른 절망적 상황들을 견뎌낸 시청자들에게만 허락됐다. ‘아이돌’은 단 한 차례도 시청률 1%의 벽을 깨지 못했다.
더해 방송 전부터 민주화 운동 폄훼, 안기부 직원 캐릭터 미화 등의 의혹을 받았던 ‘설강화’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허술하고 느린 진행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 유인나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내세웠음에도 최고 시청률은 4%의 벽을 넘지 못했고, 최저 시청률은 1%대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JTBC 드라마의 부진이 더 안타까운 건, 앞서 성공 사례들을 수차례 써왔기 때문이다. 한때 JTBC는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로 신드롬급 인기를 보여주고 ‘품위 있는 그녀’ ‘괴물’ ‘보좌관’ ‘미스티’ ‘모범형사’ 등의 히트작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이태원 클라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청춘시대’ ‘힘 쎈 여자 도봉순’ ‘멜로가 체질’ 등 로맨스 장르에선 높은 성공률을 자랑해왔다.
JTBC는 올해 오랜 부진을 깨기 위한 카드로 다시 ‘대중적인 로맨스’를 선택했다. 현재 방영 중인 박민영·송강 주연의 로맨스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은 그런 면에서 제법 과거의 JTBC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른 작품으로 평가된다. 대중이 공감할 만한 날씨를 예보하는 ‘기상청’을 배경으로 로맨스와 유머 코드가 적절하게 버무려져 호평을 얻고 있다.
‘기상청 로맨스’는 첫회부터 최근 방영한 JTBC 드라마들의 최고 시청률을 뛰어 넘었고, 역대 JTBC드라마들의 첫방송 순위 중에서 6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직 극 초반이긴 하지만 부진하던 JTBC 드라마에 반등을 주는 작품이 된 셈이다.
재미나 대중성보다는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이 채널의 색깔이라고 평가하기엔 탄탄함마저도 갖추지 못한 드라마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퓨전 사극 외에는 ‘갯마을 차차차’와 ‘원 더 우먼’ 등 유독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전개의 콘텐츠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JTBC의 행보가 더욱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 함께 16일부터 방송되는 손예진·전미도·김지현 주연의 드라마 ‘서른, 아홉’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스토리와 워맨스를 그러내겠다는 계획으로, 이 두 작품을 통해 JTBC가 시청률 정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