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M&A, 운명의 한주...어떤 결론 내려질까
입력 2022.02.14 14:43
수정 2022.02.14 14:43
공정위, 이번주 내 양사 기업결합 심사 결과 발표
조건부 승인 유력 속 ‘조건’ 관건…수용 여부 주목
남아있는 해외 경쟁당국 심사에도 이목 쏠릴 듯
국내 양대 항공사간 인수합병(M&A)이 운명의 한주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주 진행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결합 승인 결정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승인 조건이 주목받고 있다.
공정위의 승인이 이뤄지면 자연스레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도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번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결합 승인 심사에 대한 결론을 내고 이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9일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내 최고 의사결정 절차로 이날 회의에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재신 부위원장을 비롯,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 등 공정위원 총 9명과 공정위 심사관이 참석해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한 세부 조건을 심의했다. 회의에는 당사자 자격으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참석했다.
공정위의 심사 결과 발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주에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9일 전원회의가 늦게까지 이어지긴 했지만 위원들간 의견이 어느정도 모아진 것으로 알려져 더 미룰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초 예상됐던대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한 가운데 관건은 공정위가 내세율 승인 조건으로 당사자인 대한항공의 의견이 어느정도 수용됐을지가 관심사다.
승인 조건은 결국 양사가 보유한 운수권(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권리)과 슬롯(Slot·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배정받은 항공기 운항 횟수) 일부 반납 등이 될 전망이다.
조성욱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관련 브리핑에서 양사간 M&A를 승인하겠다면서도 양사간 보유한 일부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 반납, 운임 인상 제안, 항공 편수·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의 조건을 명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이미 양사간 기업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면밀히 분석해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 방안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운수권과 슬롯 반납 등 승인 조건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송부했다.
지난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은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18개 등 모두 65개다. 공정위는 이 중 인천~로스앤젤레스(LA)·뉴욕·시애틀, 인천~시드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칭다오 등의 노선이 점유율 100%로 결합 후 독점 노선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분석 대상 노선 중 약 절반 가량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고 양사 결합시 점유율이 100%인 독점 노선도 10개가 나온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를 승인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는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서 제시한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당초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인해 기대됐던 시너지 창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합병 시너지 효과가 약해지면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차질이 빚어질수 있고 대규모 인력 운용도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회사는 이같은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왔다. 지난달 21일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데 이어 우기홍 사장도 지난 9일 전원회의에서 이러한 취지로 의견을 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당초 방침대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회사측의 의견이 일부 반영되더라도 경쟁 제한성을 유발한다고 판단한 핵심적인 내용들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기존 승인 조건들을 유지할 경우, 국가 기간 산업인 항공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노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의견이 일부 받아들여지더라도 승인 조건은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 공은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대한한공으로 넘어 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고 대한항공이 이를 수용하게 되면 이제 시선은 해외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 심사로 쏠릴 전망이다.
터키·타이완·베트남 등에 이어 싱가포르 경쟁당국이 지난 8일 M&A로 인한 경쟁 제한성 우려가 낮다며 양사간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아직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이상 필수신고국가)·영국·호주(이상 임의신고국가) 등 6개국의 경쟁당국의 승인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