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소소하지만 확실한 대만 청춘 영화, 코로나 시국에도 여전히 인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2.03 07:08
수정 2022.02.02 18:09

20년 전 '남색대문', 지난해 8월 개봉

계륜미 데뷔작

'나의 소녀시대' 구파도 감독 신작 2월 9일 개봉

'청춘'은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이 시절에 겪는 첫사랑의 설렘이란 감정을 봄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듯 촘촘하게 그려낸 청춘 영화는 관객들의 풋풋한 감정을 되살리며 남녀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대만의 청춘 영화는 언제 들어도 가슴 뛰는 첫사랑의 감정을 싱그럽게 그려내며 여러 편을 흥행 시켰으며 많은 국내 팬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말할 수 없는 비밀'(2008),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나의 소녀 시대'(2015), '나의 청춘은 너의 것'(2019), '나의 소녀'(2020) 등의 작품은 여전히 국내 영화 팬들 사이에서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재개봉을 이뤄내기도 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인생 로맨스 영화라고 꼽히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도경수를 필두로 국내에서 리메이크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극장가에 위기가 몰려왔지만 대만의 청춘 영화는 특유의 달뜬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입소문을 통해 존재감을 보였다. 계륜미와 진백림의 데뷔작으로 지난해 8월 국내에서 20년 만에 개봉한 '남색대문'은 시대적 간극 속에서도 예나 지금이나 청춘들이 겪는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감정을 유려하게 그려내 호응을 얻었다.


'남색대문'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 첫사랑의 설렘과 혼란 사이에서 방황하는 멍커로우(계륜미 분), 짝사랑 진행 중인 린위에전(양우림 분), 그리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장시하오(진백림 분), 세 청춘이 처음 겪는 감정들을 엮어낸 작품이다.


현재는 톱스타인 계륜미, 진백림의 20년 전 풋풋한 모습과 함께 여름을 배경으로 성장통은 아련하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특히 멍커로우가 자신의 동성애에 눈을 뜨고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멍커로우의 비밀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장시하오의 모습은, 멍커로우가 성정체성으로 두려워하던 그날의 혼란에 위로를 안긴다.


'남색대문'은 사랑을 위해 하는 행동들에 대한 주저없는 감정들과 심오한 고민들을 청춘이라는 시절의 한 자체로만으로도 찬란할 수 있게 그려냈다.


지난해 8월 개봉 당시 '남색대문'은 '인질', '싱크홀', '모가디슈' 국내 대작과 '팜스프링스', '박가앙름' 등 신작 예술 영화들 사이에서 관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당시 전체 박스오피스 8위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로 레이스를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 N차 관람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청춘 영화의 바이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계륜미가 20년 전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다면 올해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과 주연 배우였던 가진동이 뭉친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있어'가 개봉한다. 이 작품은 사후세계와 월하노인의 설화를 바탕으으로 판타지 요소가 곁들어진 작품이다.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있어'는 죽은 후 붉은 실로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이 된 샤오룬(가진동 분)이 현생에서의 연인이었던 샤오미(송운화 분)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아주는 임무를 맡으며 벌어지는 시공간 초월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주인공 샤오룬과 샤오미가 처음 만난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현재 성인이 된 모습을 찬란하게 그려, 죽음으로 갈라진 둘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가슴 아프도록 연출했다.


샤오룬과 샤오미의 첫사랑과 짝사랑은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청춘영화의 공식을 따르지만, 사후세계란 설정이 더해지며, 사랑을 넘어 인생을 살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감정들을 엮어냈다.


대만에서는 흔하지 않은 판타지 로맨스지만, 지난해 11월 24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달성했으며 2021년 개봉한 영화 중 전체 4위, 대만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15위를 기록했다. 대만에 이어 개봉한 홍콩에서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보다 높은 관객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한국 제작사 영화사 벌집이 공동제작한 작품이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월드 프리미어를 부천에서 진행한 바 있어 호평을 받은 작은 작품으로, 국내에서 또 한 번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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