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에 행운까지’ 벤투호,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쾌거
입력 2022.02.02 01:05
수정 2022.02.02 01:05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서 시리아 꺾고 본선 진출 확정
벤투 감독 빌드업 축구 완성, 9월 홈 2연전·이란 원정 무관중 등 행운
남자축구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후반 8분에 터진 김진수(전북 현대)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26분 권창훈(김천 상무)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6승 2무(승점 20)를 기록한 한국은 최종예선 8경기 연속 무패행진으로 A조 최소 2위 자리를 확보하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시작으로 10회 연속 본선행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에서 6번째다.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 등 전통의 축구 강국들에 이어 한국도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벤투호는 아직까지 최종예선에서 무패를 기록 중이지만 당초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전망은 밝지 않았다.
지난 7월 발표된 최종예선 조 편성에서 한국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함께 A조에 속하며 ‘중동 밭’에 빠졌다. 툭하면 드러눕는 침대축구와 중동의 강한 텃세를 동시에 이겨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함께 떠안았다. A조 최강으로 꼽히는 이란의 경우 한국이 10년 넘게 이기지 못한 상대였다.
경기 일정도 최악이었다. 9월부터 매달 2연전을 소화해야 했는데 홈에서 경기를 치르고 원정을 위해 중동으로 이동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등 핵심 유럽파들은 한국까지 장거리 비행을 왔다가 또 다시 중동의 악조건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이 됐다.
여기에 벤투호의 최종예선 초반 경기력도 썩 좋지 않아 우려를 자아냈다.
실제 한국은 9월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2차전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1차전 상대인 이라크를 상대로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고, 조 최약체로 평가 받았던 레바논에는 가까스로 한 점 차 신승을 거뒀다.
하지만 10월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홈에서 시리아를 맞아 2-1로 신승을 거둔 뒤 오른 죽음의 이란 원정길에서 1-1로 비기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던 벤투호는 11월에 열린 최종예선 2연전을 통해 마침내 완전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홈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1-0으로 꺾은 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이라크전에서 무려 3골을 폭발시키며 완승을 거뒀다. 특히 이라크전 승리를 통해 한국 남자 축구는 2012년 6월 이후 9년 5개월 만에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무승 징크스를 끊어냈다. 벤투호는 6차전까지 6경기 무패(4승2무) 행진을 달리며 월드컵 본선행 9부 능선에 이르렀다.
많은 비난에도 자신만의 ‘빌드업 축구’를 완성시키려 했던 벤투 감독의 뚝심이 마침내 빛을 발휘했고, 2022년에도 무패 행진을 이어나갔다.
물론 다소 행운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당초 9월 7일 원정 경기로 열릴 예정이었던 레바논과 2차전은 홈경기로 변경돼 첫 2경기를 이동 없이 홈에서 치를 수 있었다. 최종예선 최대 고비였던 이란 원정 경기는 무관중으로 열려 부담을 덜었고, 결국 무승부로 귀중한 승점1을 얻어올 수 있었다.
9월 일정 변경에 따라 최종예선 7·8차전은 중동에서만 경기를 치르며 시차 적응과 체력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었다. 홈에서 고전했던 시리아를 상대로도 적지가 아닌 아랍에미리트서 중립 경기로 치르는 행운도 잇따랐다.
완벽한 실력에 행운까지 더해진 벤투호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축구대표팀의 최종예선 흑역사를 지워내고 당당히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