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퇴임 D-100] ② "잊히고 싶다"는 文…역대 대통령과 다른 궤적 밟을까
입력 2022.01.30 03:00
수정 2022.01.29 17:27
20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바로 양산行 예상
유일하게 전직 예우 받을 듯…동행 참모도 관심
"임기 동안 전력을 다하고 임기가 끝나면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4년차를 맞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무슨 현실 정치와 연관을 갖는다든지 일체를 하고 싶지 않다"며 "(임기 후에 대해) 정말 구체적인 생각을 별로 안 해봤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퇴임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 대통령의 퇴임 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대통령의 전례를 볼 때 문 대통령은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김정숙 여사와 거주할 경남 양산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00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 하루 전에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복귀했고, 다음 날 취임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를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의 사저는 오는 3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 경호처는 양산에 배치될 경호 인력과 방호 인력을 선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를 지킬 참모진에도 시선이 쏠린다.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봉하마을로 함께 내려가 보좌했다.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싶어하는 문 대통령의 바람처럼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참모들이 양산에 함께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정도 총무비서관과 문 대통령 부부를 각각 보좌한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 원년 멤버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사용할 자동차는 광주형 일자리로 생산된 현대자동차 경형 스포츠유틸리치차(SUV) '캐스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톰보이 카키'색 캐스퍼를 직접 구매했고, 차를 인수한 뒤 청와대 경내에서 시승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연금 등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는 유일한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각각 횡령·뇌물 혐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상태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을 어렵게 했던 친인척 스캔들이나 측근의 부패 게이트 이런 게 전혀 없다"며 "문 대통령은 전례없이 박수받고 떠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고 그래서 대통령이 누구든 퇴임할 즈음에 고개 숙이고 떠나는 전례가 깨지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역대 대통령은 모두 임기 중 또는 퇴임 후 권력형 비리에 휘말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2년 뒤인 1995년 비자금 사건 등으로 연루돼 구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남 김현철씨의 뇌물수수사건이 터지면서 레임덕을 겪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벤처기업가와 청와대,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정현준·진승현·이용호·윤태식 게이트'가 집권 3~4년차에 연이어 터졌고, 아들 김홍일·김홍업·김홍걸 의 비리 사건인 '3홍 게이트'로 홍역을 치렀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 등 친인척 권력형 비리가 터져 검찰 수사를 받았다.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권력형 게이트가 불거지지 않았다. 이를 기반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5년차 3분기 긍정평가는 37%로, 10~20%대를 기록한 전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높다. 한국갤럽의 1월 4주차(25~27일)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퇴임을 위한 실무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국정백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4월경 출간을 목표로 지난 5년 간의 국정운영 성과 등을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