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넷플릭스 영화 작품상 유력"…오스카,다시 한 번 다양성 품을까
입력 2022.01.21 15:01
수정 2022.01.24 09:00
3월 27일 개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작품상 유력 후보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언급되고 있다. '화이트 오스카'라고 불리고 OTT 스트리밍 영화에 선을 그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풍경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종 차별을 꼬집는 목소리와 코로나19로 급속도로 커진 OTT의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다.
아카데미는 영화계 최고의 권위를 누렸지만 유독 백인 그리고 남성에 수상이 집중된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2016년에는 배우 부문 모든 후보에 백인만 지명되자 "화이트 오스카"라는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변화가 눈에 띄게 감지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 작품 최초로 작품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른 것. 한국 영화의 오스카 도전은 1963년 고 신상옥 감독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출품하면서 시작됐지만 '기생충' 이전까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대상 격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것을 두고 전 세계가 주목했다.
'기생충'에 이어 지난해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클로이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작품상, 윤여정이 '미나리'로 한국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색인종의 파워가 어느 때보다 빛났다. 전체 20명의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중 9명이 유색인종이었다. 특히 남우주연상의 경우 아시아계인 스티븐 연, 파키스탄계 영국인이자 무슬림 리즈 아메드, 흑인인 고(故) 채드윅 보즈먼가 이름을 올렸다. 스티븐 연의 경우 미국계 아시안인으로서 최초의 노미네이트였다.
이같이 오스카가 다양성을 지향하는 바람은 올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14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그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만나 삶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이후 로스앤젤레스평론가협회상 작품상, 뉴욕평론가협회상 작품상, 전미평론가협회상에서도 작품상을 차지했다. 미국 3대 비평 협회인 이 3곳에서 모두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역대 6번째이고,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로는 최초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경쟁작으로 점쳐진 영화는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다. '파워 오브 도그'는 1967년 출간된 토마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피아노'(1993)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인 캠피온 감독이 12년 만에 선보인 영화다. 이 작품은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경외와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목장주 필의 집에 그의 동생이 새로운 부인과 아들을 데려오면서 그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오는 이야기를 그렸다.
'파워 오브 도그'는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감독상 수상, 제49회 뉴욕영화제,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2022년 골든 글로브 드라마 작품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예측 전문 사이트 골드더비에서 전문가 27명 중 12명이 '파워 오브 도그'를 작품상 수상작으로 점치고 있다. 전문가, 대중을 포함한 오스카 레이스 그래프에서 역시 '파워 오브 도그'가 선두다.
넷플릭스 영화가 콧대 높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에 오른 건 불과 2년 전이다. 아카데미상은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발표된, 혹은 미국 극장에서 상영된 작품'만을 수상 후보로 선정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온라인 및 스트리밍 독점 영화에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OTT의 영향력이 커지자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2021 아카데미상 수상 후보에 스트리밍 작품을 넣겠다고 밝혔다.
이에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와 '결혼 이야기'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넷플릭스 영화 '맹크'가 작품상 후보를 비롯해 10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됐다. 이외에도 '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6개 부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5개 부문, '힐빌리의 노래'는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넷플릭스 작품뿐 아니라 아마존 스튜디오의 '사운드 오브 메탈'도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애플TV 플러스의 '울프워커'는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 영화 '그레이 하운드'는 음악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다양성을 강조하며 권위를 이어가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 번의 신선한 이변은 일어날 수 있을까. 3월 27일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