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녹취록'이 소환한 '혜경궁 김씨 녹취록'…공개될까?
입력 2022.01.20 05:23
수정 2022.01.20 18:53
깨시연 "숨진 채 발견된 이모 씨가 '혜경궁 김씨 사건' 녹취록 보관" 주장
네티즌 "김건희 녹취록 공개했으니 혜경궁 김씨 녹취록도 공개해 국민 판단 맡기자"
전문가 "혜경궁 김씨 사건 담당했던 이모 변호사가 이례적으로 불기소 처분한 수원지검 출신"
"대선 네거티브 연장선, 야당의 맞불 작전…이재명과 친문 분리시키고 갈등 야기 전략일 수도"
MBC '스트레이트'가 일부 공개한 '김건희 녹취록' 파문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 관련 녹취록 공개까지 비화되면서 '녹취록 대선 정국'이 더욱 달궈지고 있다.
지난 11일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최초 제보자 이모씨가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혜경궁 김씨 사건' 관련 녹취록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 주장의 진실 여부와 함께 녹취록 공개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친문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 이민구 대표와 이민석 변호사는 지난 13일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최초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에서 기소의견이 불기소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과정이나 문제점들에 대해 녹취가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깨시연 측은 "고인이 된 이모씨가 이 후보 아내인 김씨가 연루된 혜경궁 김씨 사건 관련 녹취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혜경궁 김씨 녹취록'도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대통령 후보 부인을 이렇게 공중파에서 녹취까지 틀며 검증할 것이면, 혜경궁 김씨 사건도 재조명해 방송에서 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도 "김건희 7시간 통화도 공개하고 혜경궁 김씨 녹취도 똑같이 공개해 국민의 판단에 맡기자"고 요구했다.
네이버 카페에서도 "김건희 녹취록을 깠으니 혜경궁 김씨 녹취록도 까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부동산스터디 카페에는 '혜경궁 김씨 것도 같이 합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죽은 제보자 변호사 휴대전화에 혜경궁 김씨 관련 녹음파일도 있다고 한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김건희씨 것과 같이 들어봅시다"고 밝혔다.
MBC '스트레이트' 시청자 게시판에는 "(MBC) 장모 기자가 밝힌대로 김혜경 관련 새로운 녹취 파일이 나왔다"는 내용이 담긴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국민들은 궁금해한다. MBC는 국민의 알권리를 채워줘야 한다"며 "장모 기자가 말한대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녹취 파일 관련 기획 프로를 공정하게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수년간 이 후보의 경쟁 정치인에게 막말을 해온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08__hkkim)'의 사용자가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로 지목돼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던 사건이다. 김씨는 해당 계정을 사용해 2018년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당의 특정 후보가 야당과 손 잡았다'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았다.
문제의 계정은 2013년쯤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계정은 이 후보의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를 겨냥해 "이재선? 제정신 아니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건 이재선의 처와 딸인데 이 시장에게 덮어씌우는 이유는?" 등의 글을 올리며 맹비난했다. 이 글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친형과 갈등을 겪던 2014~2016년에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혜경궁 김씨'는 또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문돗개',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문어벙' '문 따까리'라고 비하했다. 문 후보 지지자들을 겨냥해서는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구요"라고 조롱했다.
'혜경궁 김씨'는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삼아 지탄받기도 했다. 그는 이 후보를 비판한 네티즌들에게 "당신 딸이 꼭 세월호에 탑승해서 똑같이 당하세요~" "니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 타서 유족되길 학수고대할게"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이밖에도 "전라디언들은 한국인 행세 말아줘요. 일일이 설명해야 알아먹나요? 너네들은 전국 왕따예요"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라고 결론내리고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2018년 12월 김씨의 불기소를 결정했다.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를 특정할 수 없다며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강력히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혜경궁 김씨 사건'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 대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과 대선정국 여야 공방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혜경궁 김씨 사건'을 담당했던 이모 변호사가 사건 관할인 수원지검 출신이었고, 전관 등 방법으로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계정 사용자가 김씨로 특정할 수 없다는 검찰 결론은 대단히 의문스러운 지점"이라면서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넘겼는데 검찰이 이상하리만큼 이례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해 수상쩍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대선 네거티브의 연장선이라고 본다"며 "김건희 녹취록은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과 연결된 사안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 거 없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건희 녹취록이 큰 관심을 받았으니 야당도 당연히 맞불 작전으로 상대 후보 지지율을 하락하겠끔 혜경궁 김씨 사건을 다시 소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니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에 대해 정치적 공격을 하면서 '최소한 둘 다 나쁜 사람'이라는 선거 전략"이라면서 "또 혜경궁 김씨 사건을 재소환해 친문 지지자들과 이재명 후보를 분리시키고 갈등을 만드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