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쏘아올린 여가부 폐지 ③] 폐지, 재편, 강화…전문가 의견도 제각각

김하나기자 (hanakim@dailian.co.kr), 김효숙 기자
입력 2022.01.14 05:28
수정 2022.01.14 08:38

이선옥 작가 "여가부가 페미의 정치적 출세로 이용…존재 자체가 위헌적"

복지 전문가들 "가족·노인·여성·청소년 업무 관할 부처로 헤쳐 모여야"

여성학계 "탄생부터 '초미니부처', 권한·예산 적어…인적·물적 자원 강화해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불을 지핀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여가부를 해체해 다른 부처로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여가부의 기능을 조정해 오히려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영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우먼스플레인>의 저자 이선옥 작가는 여가부가 페미의 정치적 출세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세금으로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페미니즘이라는 특정 이념을 국민에게 주입하며 여성 단체들의 피해자 이용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여가부는 해체돼야 한다"며 "여가부가 유일하게 특정 국민집단을 위한 부처로 존재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이어 "여성단체 대표들 대부분이 정부와 공공, 민간 기관 자리에 여성할당을 주장해 자신들의 입신양명에 이용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는 각 기관에 이들을 추천해 수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정부 주요 위원회로 활동했다"며 "여성단체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끊고 자립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여가부 예산을 뜯어보면, 한부모 양육지원 등 가족(예산 60%) 업무는 복지부로, 위기청소년 안전망 등 청소년(예산 20%) 업무는 교육부나 복지부로, 디지털성범죄 대응체계 등 권익(예산10%) 업무는 행안부와 법무부, 복지부로, 경단녀 취업 등 여성(예산 10%) 업무는 고용부로 이관 논의를 하면 된다"며 "결국 다른 부처와 중복되지 않는 여가부 고유 업무인 성평등 협력은 행정적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고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부처로서 여가부는 없어지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다른 선진국에서도 여성부가 부처로 있는 경우가 드물고,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가부의 큰 기능인 가족, 돌봄 기능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분산할 수 있다"며 "여가부에서 담당하는 여성 복지 문제, 성 차별 대처 업무 등은 성평등위원회로 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여가부의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쇄도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가부가 여성과 가족 정책을 도맡고 있는데, 여가부에서 하는 가족 정책은 한부모 가족 지원과 다문화 가족 지원밖에 없어 사실상 껍데기만 가족 정책 주관 부서인 셈이다"며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은 만큼 여가부의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가부가 1개 부처로 존재하는 이상 아무리 예산과 인력을 강화해도 우리 사회 높아진 젠더 평등에 대한 의식을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독일처럼 가족, 노인, 여성, 청소년 업무를 관할하는 부처로 헤쳐 모이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는 예산 편성권이나 법 제정권이 없으니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자적인 범부처 차원에서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여가부 폐지를 이대남 표를 얻기 위한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여성은 여성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손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양한 소외계층이 있는데 여성이란 이름을 내건 부처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성평등뿐만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을 전담하는 사회포용위원회나 차별시정위원회, 성평등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장애, 빈곤, 성별 등 다양한 차별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여성학계에서는 여가부의 권한과 역할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정부 부처 재개편하는 것을 넘어서 폐지로 가자는 것은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것"이라며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가장 적게 받는 부처였던 여가부가 인적·물적 자원을 많이 받는 방향으로 기능을 강화하면 여가부가 다양한 가족을 지원해주는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고, 성차별적인 정책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민숙 여성학자는 "여가부가 왜 이렇게 힘을 못쓰느냐는 얘기를 듣는 근본적인 원인은 애초에 '초미니부처'라고 불릴 만큼 권한이 작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며 "여가부에 예산을 충분히 주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뭐하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여가부는 위기 청소년, 한부모 가정 등을 지원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처로, 여가부가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김하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