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총리랑 악수도 다한다"…한 총리, 쪽방촌 앞 급식소 '배식 봉사'
입력 2024.11.19 17:21
수정 2024.11.19 17:27
어려운 분들에 추운 날 따뜻한 한 끼…국조실 간부들과 봉사
1993년부터 매일 350여명에 갓지은 밥 대접한 '토마스의 집'
한 총리 "어려운 분들 추운 계절 잘 버티시도록 정부 더 노력"
한덕수 국무총리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 국무실 간부 29명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앞 급식소를 찾아 배식봉사를 했다. 시설 이용자들은 "살다 살다 총리와 악수도 다한다" "총리가 떠주는 밥을 언제 또 먹겠느냐"며 즐거움을 표했다.
한덕수 총리는 19일 1993년에 문을 연 사회복지시설 '토마스의집'을 찾았다. 1993년 문을 연 급식소로, 쪽방촌 주민·노숙자·일용직 근로자 등 어려운 분들이 단돈 200원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본래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으나, 시설 이용자들이 공짜 밥은 먹기 싫으니 밥값을 받으라고 건의하자 '자존심 유지비' 명목으로 받고 있다. 시설 이용자들이 낸 돈은 취약계층 지원에 다시 쓰인다.
이곳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 없이, 뜻있는 사람들의 성금만으로 주5회(월·화·수·금·토) 일평균 350명에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의 봉사활동은 방 실장이 간부들도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좋다고 제안해 이뤄졌다고 한다. 한 총리와 방 실장, 손영택 국무총리비서실장, 김종문 국무1차장, 남형기 국무2차장 등이 동행했다.
방 실장은 "민생을 잘 챙기려면 총리만 민생행보를 하실 게 아니라 간부들도 총리와 함께 어려운 분들 계신 현장을 찾아뵙고 생생한 말씀을 듣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 총리와 간부들은 하늘색 앞치마를 두르고 뜨거운 밥을 푸며 소고기미역국·오징어젓갈·돼지고기볶음 등을 배식했다. 배식이 마무리된 후 급식소 관계자는 한 총리에게 "홀 서빙도 부탁드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봉사를 마친 후 한 총리는 토마스의집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한 총리는 노숙자 출신 임상철 작가의 자서전을 언급하며 "노숙하는 처지에도 자기 돈 내고 끼니를 해결하려고 추운 날 토마스의집까지 일부러 걸어가곤 했다는 사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추위 속에 줄을 서 계신 분들을 직접 보고 마음이 뭉클했다"면서 "정부 도움 없이 어려운 일을 해오신 토마스의집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토마스의집 대표 김종국 신부(75)는 "출소 후 갈 곳 없는 재소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다가 급식소를 설립했다"면서 "이곳은 단순한 급식소가 아니라, 한끼 식사를 통해 희망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했다.
김 신부는 "추위에 고생하는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자에게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이 큰 힘이 되고 생명이 된다"면서 "오늘 총리와 공무원들이 봉사하러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국무조정실은 직원 성금 등을 모아 토마스의집에 김·미역·건새우·인삼튀김·대봉감 등 식자재와 간식을 전달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보통은 350여분 정도가 식사를 하러 오시는데, 오늘은 총리님이 오신다는 소문을 들으셨는지 500여분이 식사하시고 가셨다"고 밝혔다.
배식 봉사를 마친 뒤 한 총리는 "각종 복지제도가 빈틈없이 원활하게 작동되어 취약 계층 분들이 겨울을 잘 견디실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식사가 끝난 한 이용자는 한 총리에게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 총리는 "내가 더 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총리실에서는 봉사자들을 위한 선물로 벨트(남)와 양산(여) 17개를 준비했다. 한 총리 부인 최아영 여사가 직접 선물 포장을 했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