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단일화 없이는 정권교체도 없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1.03 08:00 수정 2022.01.03 07:5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약진

복잡해진 좌·우 양진영의 셈법

후보 등록 이전에 합의 이뤄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참고하려고 이 당의 홈페이지를 클릭했더니 “접속하신 사이트는 허용 접속량을 초과하였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이 안내 페이지는 일일 약정 전송량(Traffic)을 초과한 경우 표시되며, 전송량은 매일 자정을 기준으로 자동 초기화됩니다”라는 설명이 곁들여진 것으로 보면 애초에 약정을 적게 했거나 아니면 방문자 수가 예상 이상으로 많았거나 했다는 뜻이다. 약정 전송량을 아주 조금만 했을 리는 없다. 아무래도 접속자 수가 너무 많았다고 봐야 하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약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중이다. 이 며칠 사이에 둘 사이의 지지율 그래프가 역전되면서 격차가 급속히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와 연동되어 부각되는 장면이 안 후보의 약진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5%의 벽을 넘어서기 어려울듯하던 그가 연말에는 10%를 넘어서며 기세를 올렸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10.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경우만이 아니다. 한국갤럽(27~28일, 9.3%), 코리아리서치(29~31일, 8.4%), 한국리서치(같은 기간 8.1%), 넥스트리서치(20~31일 7.8%) 등의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국민의당 홈페이지 접속자가 약정 트래픽을 초과한 이유가 달리 있을 것 같지 않다.


윤 후보에 실망한 표심이 그 대안으로 안 후보를 찾는 것이라면 중도·보수 진영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반대로 민주당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 후보를 뛰어넘는다고 해서 본선 당선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은 아니다. 하긴 30%초중반대의 지지율로 승리를 예감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하겠다.


어쨌든 여론의 지형이 이처럼 변화하면서 각 당과 후보들, 그리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후보 단일화’에 쏠리기 시작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2강 1중이든, 1강 2중이든 최종적 판세를 결정짓는 것은 후보 단일화 여부다. 6공화국 이후 역대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룬 쪽은 승리했고 그러지 못한 쪽은 패배했다.


1987년의 13대 대선은 1여 3야 구도로 치러졌다. 김영삼·김대중의 단일화 실패로 집권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92년 대선은 1여(김영삼) 2야(김대중·정주영)의 대결이었고 결과는 민자당의 승리였다. 97년엔 여권이 분열해서 이회창이 한나라당, 이인재가 국민신당의 후보로 나섰다. 반면 야권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과 자유민주연합 김종필이 이른바 DJP연합으로 단일화를 이뤘다. 결과는 김대중의 승리였다.

복잡해진 좌·우 양진영의 셈법

이로써 야당이 된 한나라당은 2002년 16대 대선 후보로 역시 이회창을 내세웠다. 그런데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이 국민통합21일 창당하고 대선에 도전했다. 야권이 분열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당인 민주당 후보 노무현과 정몽준이 후보단일화를 하는 바람에(대선 전날 밤에 정 후보가 파기를 선언하는 소동이 있기는 했지만) 이 후보가 패배했다.


17대 대선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가 겨뤘다. 야권의 분열 속에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이명박이 당선됐다.열린우리당이 내분 속에 해체되면서 사실상 집권당이 없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18대 대선 때는 당초 집권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그해 11월 23일 야권 후보 단일화 도중에 안 후보가 양보를 전격 선언함으로써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박 후보에게 패배했다. 흔쾌한 단일화가 되지 못했던 것이 효과를 반감시켰을 수 있다(여타 후보들은 기술의 편의상 거명하지 않았을 뿐 무시하는 게 아니다). 19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국민의당의 안철수 3인이 겨뤘다. 홍·안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더라면 이길 수 있었던 선거였다.


그간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야권의 경우 후보 단일화가 곧 승리의 길이다. 여당으로서는 지지 않으려면 야권 후보 단일화를 막거나 노무현의 경우처럼 야권의 한 후보와 여야 후보단일화를 이뤄야 한다. 안 후보의 지지율 ‘두 자릿수 클럽’ 진입으로 복잡해진 여야의 셈법이다.


이미 여야는 입맛을 다시고 있다. 여당은 그 정도가 아니라 이미 안 후보에게 추파를 보내기까지 했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아마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인연을 두고 해 본 말인 것 같은데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헛꿈’이라고 단칼에 잘라버렸다.

후보 등록 이전에 합의 이뤄야

윤 후보는 조심스런 빛이다 30일 대구 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저나 안 후보나 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열망은 마찬가지로 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큰 차원에서 한 번 소통할 생각은 갖고 있다”고 했다(윤 후보의 입장에서 ‘후보단일화’론은 혹 있을 지도 모를 후보교체론을 예방하는 처방이 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안 후보가 어느 쪽의 제의이든 수락할 리가 없다. 자칭 ‘슬로(우) 스타터’인 안 후보로서는 최대한 지지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그 다음으로는 자력으로 본선에서 이기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법한 의지다. 그러니 지금 그에게 ‘후보단일화’는 ‘천부당만부당’한 압박일 수밖에 없다.


일단 여론의 지형이 2강 1중 체제로 재편된 만큼 앞으로 이 구도는 계속 유지될 개연성이 높다. 다만 2강 사이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어떤 경우라도 이제 후보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상수가 되게 됐다. 물론 안 후보만이 양보하는 운명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안 후보가 다른 후보의 양보를 받아낼 수도 있다.


설 민심이 대선 표심의 풍향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설 연휴 직후부터 후보단일화 협상이 본격화해야 한다. 후보 등록일인 2월 13~14일 이전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물론 후보들은 그런 문제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면 된다. 그렇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전략팀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


야권후보 단일화만 되면 정권교체는 가능해진다. 두 정당은 이 점만 명심하면 된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