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합의로 병력 뺀 GP서 월북자 발생…군, 3시간 '깜깜이'
입력 2022.01.02 11:41
수정 2022.01.03 11:51
"병력 빼고 감시장비 보강만 한 곳"
감시장비 포착시점 오후 6시 40분
군 당국 인지시점 오후 9시 20분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새해 첫날부터 월북자가 발생했다. 군 감시장비가 월북 정황을 포착했지만 관련 정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기까지는 약 3시간이 걸렸다.
특히 9·19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감치초소(GP) 인근에서 월북이 발생해 군사합의 영향에 따른 준비태세 해이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어제(1일) 오후 9시 20분께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신병 확보를 위해 작전 병력을 투입해 DMZ 작전 중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 4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이 미상 인원을 '포착'한 시점으로 오후 9시 20분을 언급했지만, 정확하게는 월북 정황을 '인지'한 시점을 뜻한다. 실제로 군 과학화 경계감시장비는 오후 6시 40분께 해당 인원이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장면을 포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근무자 등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과학화 경계감시장비) CCTV에 포착됐는데 당시 CCTV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재생 과정에서 월책 모습이 확인됐다. 초동 조치 부대가 확인하는 게 미흡했고, 감시병도 그 당시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번 월북이 9·19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GP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보존 GP' 인근에서 월북이 발생했다며 "보급로 옆에서 우리 (감시)장비로 포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존 GP와 관련해 "9·19군사합의 이후 사람을 뺀 곳"이라며 "감시장비로 보강만 한 곳"이라고 밝혔다. 건물 자체는 '보존'했지만 실제 병력은 철수시키고 감시장비만 추가했다 의미로 풀이된다.
월북자 신원이 파악되진 않았지만, 감시 태세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보존 GP를 노렸을 수 있는 만큼, 간첩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합참 관계자는 관련 가능성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는 가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이 어렵다"며 "현재까지 병력을 투입했는데 MDL을 넘어갔다"고 말했다.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편 군은 이번 월북 사건과 관련해 대북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특이동향은 아직까지 없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이사항이 없었다"며 "우리 국민 안전 차원에서 대북통지문은 오늘 아침 통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