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71)] 정교하고 강렬한, ‘박종배’의 몸짓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1.02 11:04
수정 2022.01.01 14:50

'프랑켄슈타인' 조안무 겸 배우로 활약

2022년 2월 2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명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캡슐 크리쳐’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네 명의 배우가 각각 캡슐 안에서 춤을 추는데, 몸짓은 극의 분위기 탓에 기괴한 동시에 예술적이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 배우이자 이번 작품의 조안무를 맡고 있는 박종배의 몸짓은 매우 정교하고 강렬하다. 때로는 손 끝 마디까지 컨트롤하고, 때로는 과감히 몸을 꺾고 봉에 매달리는 등 그의 움직임은 관객석 끝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즐기던 그는 이끌리듯 연기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됐다. 2009년 ‘한 여름 밤의 악몽’이 그의 첫 무대였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나요?


배우라면 누구나 주인공을 원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할 것이고 저 또한 그랬었습니다. 데뷔 이후 시간이 흘렀는데, 저라는 사람에게는 춤을 잘 추는 배우 정도의 타이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난 메인 캐릭터는 될 수 없는 건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어 이 길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해야 하는 것인가 등의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동료 배우 분들께서 ‘이 작품을 너 아니면 누가 하냐’ ‘이 춤은 너 아니면 누가 추냐’고 좋은 말들을 해주셨어요. 동료 배우분들의 말들을 들으면서 제게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을 제 장점으로 승화시켜 노력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믿으며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닌데, 그렇게 마음을 다잡다 보면 내공도 커졌겠네요.


아무래도 데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시야가 크게 달라진 것 같아요. 데뷔 초에는 맡은 부분 하나 하기에도 벅찼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여러 작품에서 조안무 감독으로서 스태프의 입장에서 일을 하며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까 함께하는 배우들, 조명, 무대장치 등 공연의 전반적인 일에 신경 쓰며 공연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에는 지난 2018 시즌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죠. 박종배 배우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노래가 너무 좋습니다. 또한, 뮤지컬에서 보기 어려운 안무 스타일로 다양한 볼거리와 주조연 배우들의 1인 2역이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유니크한 점들이 ‘프랑켄슈타인’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달라진 점은?


뉴 캐스트로 규현 배우와 정택운 배우가 참여하게 되면서 기존에 없던 빅터와 앙리가 만들어져 더 다양한 배우들의 조합 시너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캡슐 크리쳐 장면이 특히 압권이에요.


제가 맡은 역할 중 하나인 캡슐 크리쳐는 빅터가 전쟁 중에 죽은 병사들의 시체들을 모아 생체실험에서 인간병기를 만드는 과정에 쓰이는 실험체입니다. 인간병기처럼 보이기 위해 다부진 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워낙 동작들이 정교하고, 몸의 움직임이 중요한 역할인지라 안무 연습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실제 연습과정은 어땠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많이 힘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작품에서 쓰는 움직임이 아니었어요. 대부분 경험해 보지 못한 스트릿댄스에서 쓰는 움직임이 많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된 캡슐 크리쳐 역할을 하는 4명의 배우는 다른 배우들보다 매일 2시간 먼저 도착해 팝핀과 웨이브 등 안무에 필요한 동작 연습을 따로 해야 했습니다. 한두 달 연습한다고 해도 느낌이 잘 나오지 않는 동작이다 보니 부지런히 개인 연습을 해야했고요.


-네 명의 캡슐 크리쳐들이 큰 틀에서 안무를 하고 있지만, 미묘하게 안무가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고요. 즉흥적인 안무가 첨가된 건가요?


처음부터 안무 감독님께서 만들어 주신 안무가 물론 있지만, 연습 초반에는 즉흥으로 연습 하면서 감독님께서 직접 보시고 다듬어주셔서 각자 개성 있는 안무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즉흥 안무들이 반복되어 매일 같은 안무를 하고 있습니다. 공연 중에는 즉흥적인 안무 부분이 있진 않은 셈이죠.


-앙상블 배우는 원캐스트인데다 워낙 힘든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 탓에 체력 관리도 중요할 것 같아요. 실제 박종배 배우는 체력 유지를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하시는지요.


이번 ‘프랑켄슈타인’에는 운동을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아서 분장실에 헬스기구들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매일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며 체력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죠. 아, 그리고 최대한 공연 외에는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외에도 하인, 용병 역으로도 출연하고 있죠.


네, 하인 역할은 슈테판 시장님 집안의 하인으로서 다정하고 따뜻한 인간적인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빅터와 줄리아의 행복과 걱정, 고통을 함께 느끼는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박종배 배우가 생각하는 ‘프랑켄슈타인’의 명장면, 혹은 넘버가 있다면요?


제가 생각하는 ‘프랑켄슈타인’의 명장면은 바로 빅터와 앙리가 처음 만나는 ‘단 하나의 미래’ 넘버가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 있어서 ‘단 하나의 미래’는 이야기의 시작점이고, 공연을 끝까지 보고 나서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지 않나 생각되거든요.


-‘프랑켄슈타인’을 포함해 그간 많은 작품들을 해오셨는데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한 작품을 꼽자면 ‘뉴시즈’를 꼽고 싶어요. 제가 브로드웨이에 가서 직접 이 공연을 처음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고 몇 년 뒤 우리나라에서 ‘뉴시즈’를 한다는 소식에 설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심지어 이 작품에 제가 참여했고요. 지금 생각해도 뿌듯해요.


-배우로서의 신념이 있다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연을 하자’입니다. 다시 말해 ‘대충 하지 말자’입니다. 나는 매일 공연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늘이 처음 보는 공연일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장 큰 이벤트가 있다면? 일종의 터닝포인트.


저의 터닝 포인트는 댄스 캡틴과 조안무 감독을 한 이후인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제가 맡은 바만 해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임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배우들에게 안무를 알려주고 스태프분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작품을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게 됐죠. 더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갖게 됐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을 직접 어필해보자면?


전 춤, 노래, 연기 세 가지의 밸런스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올해가 모두 끝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게 됐는데요. 2021년 목표는 무엇이었고,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시는지. 또 새해에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말씀해주세요.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많이 없어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올 초에 조금 쉬긴 했었지만 감사하게도 ‘프랑켄슈타인’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2022년 새해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박종배 배우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우선 공연계에서 더 자리를 잡고 싶고, 나아가 공연뿐만 아니라 영화와 같은 다양한 매체에서 연기도 함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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