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김혜준, 이상한 드라마 ‘구경이’로 경험한 ‘재미’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2.27 13:07
수정 2021.12.27 09:07

“케이, 잘 해내지 못할 거란 생각도…그럼에도 ‘내가 언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나 자신을 조금 더 믿어주게 됐다…내가 쌓은 시간들이 에너지 되고 있어”

배우 김혜준도 처음부터 ‘구경이’의 해맑은 사이코패스 케이에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소 이상하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구경이’의 매력을 믿었고, 이 작품을 통해 처음 해보는 소중한 경험들을 얻을 수 있었다.


김혜준은 최근 종영한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이영애 분)의 코믹 추적극 ‘구경이’에서 해맑은 사이코패스 케이 역을 맡아 작품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는 작품의 내용도, 캐릭터도 뻔하지 않았던 ‘구경이’만의 독특한 매력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했다.


“캐릭터가 수동적이지 않았고, 독특한 캐릭터들도 많았다. 또 그런 부분들이 이질적이지 않고, 만화적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건, 사고들도 참신하고 그런 걸 풀어나가는 방식도 독특하면서도 이상했다. 이상한데 끌리는 그런 매력들이 굉장히 재밌었다.”


물론 살인마 캐릭터를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인공 구경이와 대립하며 극의 한 축을 담당해야 했던 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대본을 볼 때 재미를 첫 번째로 두고, 다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캐릭터는 매력이 있고, 또 중요한데 내가 해낼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난이도가 높고, 자칫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잘 해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내가 언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선택했다. 궁금해서 다 걸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케이는 그간 많은 작품에 등장한 섬뜩하고 강렬한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캐릭터였다. ‘나쁜 놈들만 죽인다’는 원칙 아래 해맑은 모습으로 살인을 즐겨 오히려 기괴함을 자아낸다. 김혜준은 케이의 순수함에 집중, 이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노력하며 또 다른 결의 살인마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케이는 그냥 해맑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고민의 흔적 없이 그 순간의 즉흥적인 판단 같은 걸 보여주려고 했다. 툭툭 내뱉고, 뭐든지 쉽게, 쉽게 생각하려고 했다. 내가 생각한 케이는 순수한 사람이다. 내가 생각한 세상이 전부인 캐릭터다. ‘내가 나쁜 사람을 없애니까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오히려 순수하게 생각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사이코패스를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다. 대본에 나온 대로 표현하는 걸로 해결이 됐다. ‘케이스럽게’ 하지 않으면 될까’라는 생각만 했다.”


캐릭터도, 전개도 기존의 드라마들과 다른 재미가 있었던 ‘구경이’는 촬영 현장도 조금 달랐다. 특히 돌발적인 행동을 일삼는 케이를 연기한 김혜준은 촬영 현장에서도 즉흥적인 연기를 하며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도 했다. 틀에서 벗어난 과정들을 경험하며 김혜준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재밌었다. 즉흥성이 강한 캐릭터라 어떻게 행동을 할지 현장에 가야만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공간에 따라 케이의 행동도 변하곤 했었다.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예측을 할 수가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인데, 이번에 그런 즉흥성이 재밌다는 걸 느꼈다. 드라마를 보고 난 이후에야 ‘감독님이 그리려는 게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장면도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상대 배우와 함께하는 호흡의 중요성도 더욱 크게 깨달았다. 이영애와 김혜숙, 이홍내 등 상대 배우들의 강렬한 에너지를 경험하며 ‘함께’ 연기하는 즐거움을 경험한 것이다. 케이가 구경이처럼 팀을 이뤄 활동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혼자 하는 연기들이 많아 좀 어려웠다. 상대 배우들과 연기를 하면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박수만 쳐도 신들이 붙는 느낌이 났다. 대답이나 리액션만 해도 즐거웠다. 케이의 조력자를 연기한 이홍내 배우도 그렇고 착착 맞을 때가 많았다. 끝나고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셨다. 김혜숙 선배님께서 ‘되게 잘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지쳐 있을 때라 그런지 울컥하더라. 현장에 계신 선배님한테 인정을 받는 느낌도 나고, 너무 감사하고 힘이 났다.”


쉽지 않은 캐릭터,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구경이’는 물론, ‘킹덤’ 시리즈, ‘변신’, ‘싱크홀’, ‘미성년’ 등 다양한 작품, 캐릭터를 거치며 쌓인 경험들이 김혜준의 연기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아직 여유가 생기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나 자신을 조금 더 믿어주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자신감도 부족했었다.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닌, 내가 한 시간들을 인정해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자존감이 올라가고 있다. 배우는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쌓은 시간들이 에너지가 되는 것 같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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