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 XM3, 유럽에서 왜 난리인가 했더니
입력 2021.12.25 06:00
수정 2021.12.25 12:11
쿠페형 SUV의 개성 있는 스타일…엔트리카답지 않은 '하차감'
'벤츠의 심장'이 제공하는 퍼포먼스…ADAS 등 업그레이드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르노삼성자동차에 간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유럽에 ‘르노 뉴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XM3가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히트를 치며 11월까지 5만2000대 이상 수출됐고, 그 중 스페인에서는 쟁쟁한 경쟁차들을 제치고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출시돼 이미 익숙한 차가 됐지만 지난 6월 첨단 사양을 갖추고 외관도 아예 수출형 뉴 아르카나와 통일한 업그레이드 모델이 출시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2022년형 XM3를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1.3ℓ터보 엔진이 장착된 TCe 260 RE 시그니처 트림에 가장 핫 하다는 ‘소닉 레드’ 컬러였다. 지난해 3월 출시 당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타본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연식변경 이후 업그레이드된 사양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제원상으로 소형 차급에 포함되지만 XM3는 결코 왜소해 보이지 않는다. 위협적인 타투를 새겨 넣은 듯 날카롭게 DRL(주간주행등)로 감싼 헤드램프는 세련미와 공격성을 모두 담았다.
상체는 후드부터 데크까지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진, 잘 빠진 쿠페지만 하체는 영락없는 SUV다. 지면에서 20cm 가까이(최저지상고 186mm) 치솟은 하체는 마치 쿠페를 버기카로 튜닝해놓은 듯 터프하다.
동급 최장인 4570mm의 전장은 소형 SUV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늘씬한 몸매’를 가능케 해준다. 도로에서는 자부심을, 주차장에서는 하차감을 충분히 느껴도 될 만한 외모다.
실내의 고급감도 차급에서 기대하는 수준 이상이다. 동급 최고의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와 10.25인치 클러스터는 디자인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만족스럽다.
요즘 유행하는 버튼이나 다이얼식이 아닌 부츠형 기어노브를 장착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운전 재미 측면에서 더 선호하는 방식이다.
앞좌석 온열시트와 통풍시트 등 각종 편의사양도 꼼꼼히 갖췄다. 온열‧통풍시트 조작을 위해 물리버튼을 누른 후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메뉴를 다시 터치해야 하는 건 다소 불편하다. 버튼을 만들어놨다면 아예 버튼으로만 조작을 마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전후 공간은 외형에서 볼 수 있듯이 차급 이상이다. 뒷좌석 레그룸도 소형 SUV로서는 만족스런 수준이다. 다만 지상고가 높고 전고가 낮은 특성상 실내 상하 공간은 살짝 아쉽다. 헤드룸이 SUV와 세단의 중간 정도로 느껴진다.
적재공간은 넉넉하다. 쿠페식으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탓에 높이 부분에서 손해를 보지만 앞뒤 길이가 긴 덕에 면적은 넓어 동급 최고인 513ℓ를 제공한다.
트렁크 바닥을 들어내면 그 밑으로도 상당한 크기의 공간이 나온다. 이른바 ‘더블 트렁크 플로어’로, 평소에는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게 플로어를 덮은 상태로 사용하다, 많은 짐을 싣거나 화물을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플로어 아래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XM3 TCe 260 모델은 지난해 출시 직후부터 퍼포먼스 좋기로 이름을 떨쳤다. 르노와 다임러 벤츠가 공동 개발한 1.3ℓ 가솔린 터보엔진과 7단 DCT의 조합은 제원상의 수치보다 즉각적인 반응과 부드러운 가속 등 주행 질감이 압권이다.
디젤 SUV에 비해 고속주행에서의 가속감이 탁월하고, 많은 짐을 싣고 급경사를 오르는 상황에서도 터보엔진 특유의 높은 토크가 안정감을 준다.
2022년형 모델에서 가장 크게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첨단 주행보조(ADAS) 기능이다. 기존 XM3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에 차선이탈방지보조를 조합한 수준으로 쓰임새에 한계가 있었지만 2022년형 XM3는 차로중앙유지보조(LCA)가 추가돼 고속화 도로 및 정체구간 주행보조(HTA) 기능을 제공한다.
차선 이탈방지 보조는 주행 중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차로 안으로 넣어주는 수준이지만, 차로중앙유지보조는 말 그대로 핸들에서 손을 떼도 알아서 차로 중앙으로 주행하도록 해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차로중앙유지보조를 활성화시키니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 못지않은 편리함을 제공해준다.
도로교통법상 아예 핸들에서 손을 떼고 운전할 수는 없지만(일정 시간 손을 떼면 경고화면이 뜬다) 커피를 마시거나 다른 편의장비를 조작할 때 잠시나마 손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한 기능이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는 게 익숙지 않은 초보운전자들에게는 구세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켠 상태에서만 차로중앙유지보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해제되는데, 그 경우 차로중앙유지보조도 같이 꺼진다. 가속페달은 직접 조작하면서 차로중앙유지보조의 도움을 받을 길은 없는 셈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내비게이션과 연동이 되지 않는 점도 다소 불편한 요소다. 규정속도 이상으로 설정해 놓고 달리다가 과속단속카메라를 만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마도 자체 내비게이션이 아닌 SK텔레콤의 티맵을 사용하는 관계로 연동이 힘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기능이 더 편리하게 느껴졌던 것은 고속도로에서 원활하게 달릴 때 보다는 정체 구간에서였다. 길이 막히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스트레스도 심하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오가는 발목의 피로도도 심해지게 마련이지만, HTA 기능에 그 일을 맡겨 버리니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도가 덜했다.
예전엔 평범한 세단이 지겨워 SUV를 탔다면, 지금은 흔해 빠진 2박스 형태의 SUV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여러 형태의 크로스오버 차량(CUV)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역시 그 중에서도 뒷유리의 경사를 완만하게 뽑아낸 쿠페형 SUV는 몰개성을 탈피하기에 최적이다.
르노삼성자동차 XM3는 국산차 유일의 쿠페형 SUV다. 그것도 1000만원대 후반에서 2000만원대 초중반에 구매 가능한 엔트리(생애 첫 차) 차급이다. 이것만으로도 MZ세대가 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벤츠의 검증된 기술로 개발된 엔진이 제공하는 뛰어난 퍼포먼스, 첨단 편의‧안전사양까지 갖췄으니 가성비 뿐 아니라 가심비까지 충분히 제공하는 차로 생각된다.
XM3 가격은 1.3 터보 엔진을 장착한 TCe 260 모델이 트림별로 RE 2396만원, RE 시그니처 2641만원이다.
굳이 동력성능에 큰 가치를 두지 않고 가성비를 중시한다면 1.6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1.6GTe 모델을 추천한다. 트림별 가격은 SE 1787만원, LE 2013만원, RE 2219만원이다.
▲타깃 :
- 예산은 두둑하지 않지만 폼은 나야지.
- 세단은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다고 상자를 몰고 다니긴 싫음.
▲주의할 점 :
- ‘엉따’를 켜는 데 손이 많이 감.(물리버튼+디스플레이 조작)
-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속도 설정은 규정 속도 이내로. 과속단속 구간이라고 알아서 줄여주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