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겨울은 없다…삼성·SK하이닉스, 4Q에도 실적 호조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12.21 16:13 수정 2021.12.21 17:25

다운사이클 예상에도 D램 가격 하락 폭 제한적...3Q 수준될 듯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에 스마트폰 생산량 상향…긍정적 신호

내년 하반기 업황 반등 기대감 ‘업’...증권사 전망 수정 잇따라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그동안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돼 온 메모리 반도체의 겨울이 축소를 넘어 아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우려와 달리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분기에도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호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사업에서 약 9조6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는 전 분기(10조600억원)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매출도 3분기(26조4100억원)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 달성이 지난 2018년 3분기(13조6500억원) 이후 3년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도 호 실적을 지속하는 셈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0조3600억원으로 20조원을 넘긴 가운데 연간 영업이익 30조원 돌파가 주목되고 있다.


같은기간 SK하이닉스도 4조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 분기(4조1718억원)에 비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출도 전 분기(11조8053억원) 수준을 넘어서며 12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3분기 매출이 메모리반도체 초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3분기(11조4168억원)를 뛰어 넘는 역대 분기 최대치였고 영업이익도 지난 2018년 4분기(4조4301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했던 것을 감안하면 4분기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증권사 전망과 상반된 업황 호조...D램·낸드 가격 선방

양사의 이러한 분위기는 당초 증권가에서 제기된 메모리 다운사이클(업황 부진) 우려와 상반된 분위기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4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이 가시화되면서 D램과 낸드 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가격 하락 폭이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아 선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 반도체 제조사들의 재고 관리 능력으로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가격 방어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타이완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Double Data Rate)4 8기가비트(Gb) 현물가격은 3.5달러를 기록했다.


올 초 3.673달러에서 시작한 뒤 지난 3월16일 5.300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22일에는 3.168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소폭 회복과 하락을 반복하면서도 다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물거래가격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보통 3~4개월의 간격을 두고 반도체 제조업체와 수요업체간 대규모 거래시 적용되는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된다. 가격이 시장에서 현물로 인도되는 제품에 먼저 반영되고 대형 계약 건에 나중에 반영되는 식이어서 시간 차가 발생한다.


같은기간 고정거래가격은 올 초 3달러에서 7월 4.1달러까지 오른 뒤 9월 말까지 유지되다 하락해 지난달 말 기준 3.71달러를 기록 중이다. 4분기 중 현물거래가격이 반등하면 내년 1~2분기 중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영향 요인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낸드플래시도 가격 상승 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올 초 4.2달러에서 시작한 128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제품(메모리카드·USB향 범용)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7월 말 4.81달러까지 오른 후 지난달 말까지 4개월째 동일한 가격을 유지 중이다.


 여전히 견조한 메모리 수요...내년 전망도 쾌청

업계에서는 향후 메모리반도체 시황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주요 글로벌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투자 재개 영향으로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것이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일부 전자부품들에서 빚어졌던 수급 불균형 상황도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제조사들이 제품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두텁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차세대 D램 제품인 DDR5의 양산으로 새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제품 가격 상승 무드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는 어느정도 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업황 악화를 예상했던 증권사들은 이미 전망을 수정하며 태세 전환에 나선 상태다.


지난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공급 과잉을 경고했던 모건스탠리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겨울이 지구온난화를 만났다"며 기존 전망을 수정했다.


4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덜 나쁜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1분기 D램 가격 하락률 예상치도 기존 10%에서 7%로 변경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4분기 시장 상황과 예상보다 높은 고정거래 체결 가격 등의 요인을 감안해 은 실적 전망 보고서를 수정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제한적이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 빌드가 본격화되고 스마트폰 고객사의 내년 생산계획도 상향 조정되면서 메모리반도체 부품 재고 확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D램이 내년 3분기 가격 하락을 멈추고 다시 상승하는 업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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